[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林華香不斷 숲 속에는 향기가 끊이지 않고
庭草綠新滋 뜰 풀은 새롭게 푸르름이 더해지지만
物外春長在 보이는 것 밖에 언제나 있는 봄은
惟應靜者知 오직 고요한 사람이라야 알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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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 것 밖에 언제나 있는 봄은 있나니(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
위는 조선후기 때 박제가(朴齊家)이덕무(李德懋)유득공(柳得恭)과 더불어 사가시인(四家詩人) 가운데 한 사람인 척재(惕齋) 이서구(李書九, 1754~1825)의 한시 “봄이 머무는 마을”입니다. 지금 숲은 온갖 꽃들이 흐드러져 한 폭의 수채화인 듯합니다. 꽃보라 속에서 꽃멀미도 한창일 때고요. 그러나 척재는 보이는 것 밖에 언제나 있는 봄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그 봄은 오직 고요한 사람이라야 알 수가 있다고 하지요. 그 봄을 만나기 위하여 스스로 고요한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할 일입니다.
척재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외로움 탓에 벼슬보다는 숨어서 살기를 즐겼습니다. 더구나 아들이 없이 늙어가고 벼슬 한 일을 평생의 애석한 일로 여겼다고 하지요. 척재의 시는 그의 개인적 성향 탓에 부드럽고 사람 냄새가 나는 것은 물론 사색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조용한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정신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승만 정권의 장기 집권을 위한 조직적 부정 선거에 항의한 4·19혁명날입니다. 화려한 봄꽃 사이에 자칫 잊기쉬운 '보이는 것 밖의 정의'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 滋 : 붙을 자, *惟 ; 생각할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