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 이나미 기자] 조선 사람의 품성과 근면성은 장래 이 민족을 기다리고 있을 더 나은 가능성을 나에게 일깨워 주었다. 조선은 처음에는 틀림없이 불쾌감을 주었겠지만, 이를 극복할 정도로 오래 산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강한 흡인력을 가졌다.”
영국의 여행가이자 작가이며 지리학자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 1831-1904)은 1894년부터 3년에 걸쳐 한국, 일본, 중국을 여행하고 남긴 ‘Korea and Her Neighbours’(1898)에서 조선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기록하였다.
개항과 함께 많은 서양인들이 미지의 먼 나라 조선을 찾아왔다. 이 때 외교관의 아내로 또는 선교나 여행을 위해 조선을 방문한 서양 여성들은 그들이 보고, 만나고, 느끼고, 사랑한 조선과 조선인에 대해 많은 기록을 남겼다. 여행기와 소설, 시와 그림, 사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선 특유의 내밀한 풍경을 담아낸 그녀들의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조선을 사랑한 서양의 여성들’ 전시가 5월 10일(화)부터 6월 5일(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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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간 모은 한국 관련 희귀 고서 300여 권 기증… 송영달 개인문고
특히 이번 전시는 재미학자 송영달(미국 이스트캐롤라이나 대학) 명예교수가 30년 동안 수집한 책들로 구성되었다. 1960년 미국 유학 후 송교수는 항상 서양 사람들이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했고, 이 때문에 헌책방을 찾아다니며 먼지 묻은 책들 속에서 한국 관련 희귀 고서들을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모은 책들이 300여 권. 지금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전시는 송 교수가 이렇게 직접 모은 1883년부터 1950년까지 조선을 찾아 온 서양 여성들이 남긴 여행기, 소설, 시와 그림, 사진 등을 △조선을 보다, △조선을 담다, △조선을 그리다, △조선을 읊다, △조선을 쓰다, △조선에 살다, △그리운 금강산 등 근대 시기 한국을 7개 테마로 구성해 보여준다.
송 교수는 조선의 모습을 가장 많이 그려낸 서양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Old Korea’(번역서명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2006, 책과함께)), 서울시 종로구 행촌동에 자리한 아름다운 서양식 저택 ‘딜쿠샤’(힌두어로 ‘기쁨’)의 여주인, 메리 테일러의 ‘Chain of Amber’(번역서명 ‘호박목걸이’(2014, 책과함께)) 등을 번역하여 국내에 처음 소개한 장본인이다. 지금은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를 비롯하여 릴리언 메이 밀러(Lilian May Miller) 등 한국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조선을 사랑한 서양의 여성들’의 기록 150여 점 전시
이번 특별전을 앞두고 ‘송영달 개인문고’를 비롯한 관련 자료를 조사한 결과, 1883년부터 1950년까지 70여 년간 60명에 달하는 여성 저자들이 80여 권에 이르는 한국 관련 저술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서구인들의 식민주의,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빚어진 왜곡된 시선도 일부 없지 않으나, 근대 한국사의 진면목을 거울처럼 비추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록들이다.
서양 여성으로 개항기 조선을 최초로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로즈 푸트(Rose Frost Foote, ?~1885)부터 한국 최초의 미국 북감리교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Henry Appenzeller, 1858~1916) 부부의 첫째 딸 앨리스 아펜젤러(Alice Rebecca Appenzeller, 1885~1950), 제중원의 부인과에서 근무하며 명성황후 시의로 활동하며 훗날 연희전문학교 교장을 지내며 조선의 독립을 위해 힘쓴 외아들 원한경을 키운 릴리어스 호튼 언더우드(Lillias Horton Underwood, 1851~1921) 등 진정 ‘조선을 사랑한 서양의 여성들’은 그 사랑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밖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개항기부터 한국 전쟁기까지 근대 조선을 직접 보고, 담고, 그리고, 읊고, 쓰고, 살았던 여인들의 이야기를 서양고서 및 그림 등 관련 자료 150여 점을 통해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조선을 읊다’에서는 조안 사벨 그릭스비(Joan Savell Grigsby)가 쓴 ‘Lanterns by the Lake’에 수록된 조선에 대한 시 중에서 ‘The Islands of Chemulpo, 제물포 섬’ 등이 번역 소개된다. 심지어 당시 이미 일본을 넘어 영국과 미국을 포함한 구미 여러 나라가 매혹됐던 금강산에 대한 기록과 그림도 엿볼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당시의 서구인들에게 보편화되었던 백색 우월주의나 비기독교 사회에 대한 근거 없는 비하의식에 영향을 받은 측면도 일부 있으나, 모두 조선과 조선 사람의 다양한 면모를 비추어 주는 소중한 기록들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에 비쳤던 그 때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고 미래를 기획하는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영달 개인문고 설치 특별전 ‘조선을 사랑한 서양의 여성들’ 전시는 5월 10일(화)부터 6월 5일(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5월 9일(화) 오후 3시 송영달 교수의 가족 및 릴리어스 호튼 언더우드의 후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을 갖는다. 전시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국립중앙도서관 누리집(www.nl.go.kr/nl/commu/libnews/exhibition_list.jsp)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