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여덟째 “소만(小滿)”입니다. 소만이라고 부른 것은 이 무렵에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자라 온 세상에 가득 차기[滿] 때문입니다. 또 이때는 이른 모내기를 하며, 여러 가지 밭작물을 심지요. 소만에는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먹고, 죽순을 따다 고추장이나 양념에 살짝 찍어 먹는 것도 별미입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드는데 들판에는 밀과 보리가 익고, 슬슬 모내기 준비를 합니다. 또 이때 이 산에서는 뻐꾸기가 울어대며, 아카시아와 찔레꽃 향기는 바람을 타고 우리의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그런데 소만 때는 온 천지가 푸르름으로 뒤덮이는 대신 죽순에 모든 영양분을 공급해준 대나무만큼은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합니다. 봄의 누래진 대나무를 가리켜 대나무 가을 곧 “죽추(竹秋)”라 하는데 이는 마치 어미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자식에게 정성을 다하여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또 만물은 가득 차지만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구황식품을 구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소만은 우리에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따뜻함이 있으면 차가움도 있으며, 가득 차 있으면 빈 곳도 있다고 가르쳐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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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만(小滿)”에는 푸르름과 “죽추(竹秋)”, 가득 참과 비움이 공존한다. |
참고로 음력 5월 13일(양력 6월 17일)은 죽취일(竹醉日)입니다. 이날은 대나무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어버린다 하여 대나무를 옮겨 심습니다. 대가 취해서 어미 대에서 새끼 대를 잘라내도 아픈 줄 모르고, 어미 곁에서 멀리 옮겨 심어도 어미 곁을 떠나는 슬픔을 알지 못한다는 믿음이 전하지요. 유만공(柳晩恭)의 《세시풍요(歲時風謠)》에 “5월 13일을 죽취일이라 하여 대나무 생일이라 하고 대나무를 옮겨 심는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남쪽 지방에서는 죽취일을 단오제보다 더 큰 명절로 꼽았는데 대나무를 심고 죽엽주를 마시며, 화전놀이와 폭죽놀이로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빌었다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