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또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를 완벽한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 문자도・책거리>전(展)기사를 3번에 걸쳐 연재합니다. 첫 기사는 전체를 조망하는 기사이며, 2・3번째의 기사는 1부 <책거리도>와 2부 <문자도>로 나눠 작품을 감상할 예정입니다.독자들의 많은 관심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
문자도(文字圖), 책거리 그림을 본 적이 있는가? 문자도, 책거리 그림을 일부만 보았던 기자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 들어 선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한국문화의 진수라 할 만한 거대한 작품들이 빼곡했기 때문이다. 세로가 1m가 넘고 가로는 4m에 육박하는 대형 작품들이다.
예술의전당은 현대화랑과 공동으로 서예박물관 재개관기념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 문자도(文字圖)・책거리(冊巨里)>를 6월 11일부터 8월 28일까지 서예박물관 전관에서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조선시대 궁중화, 민화 중 문자도(文字圖)와 책거리(冊巨里) 등 58점이 1, 2부로 나누어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국공립・사립 박물관과 화랑, 개인 등 20여 곳 비장의 걸작이 대규모로 한자리에서 공개되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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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피장막도 종이에 채색 8폭 병풍 128(h)x355cm, 예술의전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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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가도 종이에 채색 8폭 병풍 112(h)x381(48x8점)cm, 예술의전당 제공 |
최초 공개되는 <책거리>, <문자도>병풍 걸작이 수두룩
이번 전시회에서는 정조 무렵에 그려진 초창기 <책가도>병풍(삼성미술관리움 소장, 개인소장)과 <책거리>병풍(서울미술관소장, 개인소장)을 시작으로 궁중화원 이형록이 그린 <책가도>병풍(국립박물관소장)과 <백수백복도>(서울역사박물관), <자수책거리>(용인 민속촌 소장), <제주도문자도>(제주대박물관소장, 개인소장), <궁중문자도>(개인소장)등 <책가도>와 <책거리>, <문자도>걸작 병풍 20여점이 최초로 모두 공개된다.
그동안 책거리의 걸작으로 알려진 장한종이 그린 <책가도>(경기도박물관소장), 책만 가득한 <책가도>(국립고궁박물관), 호피 속에 책거리가 그려진 <호피장막도>(삼성미술관 리움), 김기창 소장 <유교문자도>, 개인소장 <강원도 문자도・책거리>, <유교문자도>(국립민속박물관소장) 등을 이렇게 한자리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전시는 1부 <책거리>, 2부 문자도로 구성되었다. 먼저 <책거리>는 높게 쌓아놓은 책더미와 서재의 여러 가지 일상용품을 적절히 배치한 정물화풍의 그림인 <책가도(冊架圖)>는 물론 책꽂이 없이 책과 도자기 청동기 문방구 화병 등이 함께 그려진 그림을 아우른다.
정조임금, “경들은 보이는가? 이것은 책이 아니고 그림이다.”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에 다 담긴 조선 만의 독자적인 유교문자도
정조임금이 1791년 어좌 뒤에 <일월도(日月圖)> 대신에 놓인 <책가도>를 가리키면서 신하들에게 “경들은 보이는가? 이것은 책이 아니고 그림이다.”고 했을 정도로 책가도를 가지고 책정치를 펼쳤다. 이렇게 임금이 책가도를 좋아하자 책거리는 일제강점기까지 이백 여 년 동안 궁중과 양반사회는 물론 민간에 까지 유행하였다. 이로서 조선은 세계 유례없이 책을 가장 아름다운 조형언어로 표현한 문화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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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도 종이에 채색 8폭 병풍 99(h)x362(45x8점)cm, 예술의전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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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도, 19세기, 종이에 채색, 예술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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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이 아니다. <문자도(文字圖)>는 한자와 사물을 합하여 그린 문자그림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조선만의 독자적인 문자도는 <유교문자도(儒敎文字圖)>라 한다. 조선왕조 500년의 통치이념은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에 다 담겨있다. 이 “효제충신예의염치”를 단순한 글자로써만 본 것이 아니라 글자 속에 상징적인 그림을 넣어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전시된 책거리와 문자도는 58점 모두 비슷한 것이 없었다. 각각의 특징이 살아 있는 뛰어난 예술성의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한 작품에서 다음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이동할 때 발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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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관심을 보이는 관람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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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도 체험을 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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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히 전시작품을 설명해준 이혜리 학예사 |
이 작품에서 혹시 놓친 것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또 살피는 것이다. 책거리나 문자도 속에 신기하게 묘사한 또 다른 그림들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게 한다. 또한 작품 전체를 흐르는 빛깔도 화려한 것부터 수묵으로만 그려 깊고 담백한 느낌의 작품도 있다.
기자는 매번 전시회에 가면서 혹시 전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없는지 살피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전혀 흠 잡을 데가 없다. 여러 박물관을 수소문하여 뛰어난 작품들을 모으고 모아 완벽하게 전시한 것은 물론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사람의 눈을 끈 거대한 홍보 간판과 관람객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 충분하고도 완벽한 도록과 기자를 위한 학예사의 친절한 설명은 그 어떤 박물관, 전시회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기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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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아기가 아빠와 함께 문자도를 바라보고 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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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박물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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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도록의 설명과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의 문장이 독자의 눈높이 보다 높다는 느낌이 든 것은 아쉬웠다. 보도자료를 기자들이 받아서 기사를 작성할 때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면 독자들에게 설익은 기사를 그대로 내보낼 수밖에 없음을 생각하지 못한 탓일 게다.
회기동에서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전시회를 보러 왔다는 조윤정(주부, 45살) 씨는 "평소 민화를 좋아해 이번 전시회에 왔는데 생각보다 수준 높은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 할 수 있어 뿌듯했다. 함께 온 중 3, 초등 6학년 아이들이 깊은 관심을 보여 더욱 흐뭇했다. 다음 주에는 더 많은 이웃과 다시 찾을 예정이다" 라고 했다.
한국문화를 사랑한다면, 아니 배달겨레라면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 문자도・책거리>전을 한번쯤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추천하고 싶은 전시회다.
<전시 안내>
6월 11일(토)~8월 28일(일) 오전 11시 ~오후 8시(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