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근래에 조선에는 전래의 진적서화(珍籍書畵)를 헐값으로 방매하며 조금도 아까워할 줄 모르니 딱한 일이로다. 이런 때 오세창씨 같은 고미술 애호가가 있음은 경하할 일이로다. 10수년 이래로 고래의 유명한 서화가 유출되어 남는 것이 없을 것을 개탄하여 자력을 아끼지 않고 동구서매(東購西買)하여 현재까지 수집한 것이 1,175점에 달하였는데, 그중 150점은 그림이다.”
1915년 1월 13일 치
‘매일신보’에 ‘별견서화총(瞥見書畵叢)’이라는 제목으로 난 기사 내용입니다. 역관이었던 오세창(1864 ∼ 1953)이 동서로 뛰어다니며 골동
서화를 산 까닭은 조선왕조가 망하면서 전통문화의 가치가 땅에 떨어져 헐값으로 일본에 팔려나가는 것을 막으려 한 것이지요. 전형필이 골동서화를
수집하여 1938년 간송미술관을 설립한 된 것도, 오봉빈이 1929년 조선미술관을 개설한 것도 바로 오세창의 권고와 지도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 오경석에게 이어받은 골동서화 감식안과 민족정신은 그의 집뿐만 아니라 전형필, 오봉빈을 민족문화유산 지킴이로
만들어냈습니다. 또 그는 아버지와 자신이 수집한 풍부한 문헌과 고서화를 토대로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을 펴냈는데 이 책은 삼국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한국서화가에 관한 기록을 총정리한 사전입니다. 3ㆍ1독립선언 때에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서명하고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그는
진정 민족문화를 사랑한 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