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곡은 <여기여차 배 띠워라>로 시작된다. ‘남도 뱃노래’와 ‘경기 자진뱃노래’를 엮은 곡이다. 4명의 소리꾼이 '소리 배'를 한껏 저어 관객과 함께 출항한다. 여는 곡으로 잘 선곡되었다. 배 띄워 다다른 곳은 청산이다.
박미향 작곡의 <나비야 청산가자>라는 곡으로 경기민요 ‘노랫가락’을 새롭게 구성하였다. 님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마음이 은은함과 경쾌함으로 점철되고 있다. “나비야 나비야 청산가자”라고 선창하면 “호랑나비야 너도 가자”라고 화답하며 객석의 분위기는 고조된다. 뮤지컬 풍의 느낌도 나는 이 곡은 경쾌하게 나비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여인의 마음은 <풍구>(편곡_유민희) 소리에 의해 더욱 확장된다. 이는 풍구소리 주제에 의한 여성 3부 합창과 독창자를 위한 곡이다. 원전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되 쉽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이 강점이다. 주제 선율은 명징했고, 화성과 독립적인 선율의 조화 또한 장단과 리듬을 잘 타고 있었다. 곡 중간의 아카펠라 느낌은 압도적이다.
다음 곡은 <연(戀)>(작곡_손다혜)이다. 노래 부르기 전 간단한 이벤트가 있다. 한 출연자가 남자 한 명을 불러낸다. 객석에서 나온 젊은 남자 한 명을 에워싼 절대가인의 노래와 연기에 관객의 얼굴엔 웃음이 번지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 노래가 시작된다. 이 곡은 경기민요 ‘창부타령“ 사설에 바탕을 둔다. 사랑하는 님에 대한 애절함, 그리움 등이 4명의 소리꾼에 의해 퍼져나간다. 멜로디와 화음이 조화롭다.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느낌을 준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한없이 기다리는 여인의 애잔한 심정이 잘 담겨있다.
곡 제목이 <좋을 ‘호’로다>이다. 안지영 작곡에 의한 이 곡은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사랑가’ 대목을 동기로 삼았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피아노 선율에 담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전통 판소리 ‘사랑가’로 시작한다. 객석은 이내 사랑에 빠질 기세다. 이 여세를 몰아 적절하게 연주되는 각종 타악기 사운드와 어우러진 노래는 사랑의 느낌을 배가시킨다.
“어허 둥둥 내 사랑”으로 마무리된다. 소리꾼 네 명 중 판소리 2명과 경기민요 2명의 소리꾼의 적절한 앙상블이 효과를 내고 있다. 기존에 쓰인 진양ㆍ중중머리 장단 등을 변형하여 다채로운 리듬을 살렸고, 선율의 변형 또한 주효하였다.
다음 곡은 <제주민요>다. 절대가인의 색깔로 새롭게 구성된 곡이다. ‘너영나영’의 반복되는 리듬감은 여름 밤 바닷가의 물결을 일렁이게 하는 듯하다. 제주도의 물결을 탄 후 출연자들은 준비한 엿을 관객들에게 나눠준다. 이유가 있다. 바로 이 곡 <떡먹고 엿먹고>(작곡-민경아) 때문이다. 이 곡은 2011년도 21C 한국음악프로젝트 금상 수상작이다.
‘화순 떡 타령’과 ‘진도 엿장수 타령’을 바탕으로 작곡되었다. 전통의 묵직함과 대중적 재미가 적절히 배합되었다. 곡에 나오는 것처럼 팔도의 떡 잔치로 풍성하다. 원곡이 가지는 해학, 판소리의 ‘아니리’ 형식을 빌려 두 타령을 엮어 낸 것은 탁월하다. 적재적소의 안무 또한 보는 음악을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지막 곡은 <아리랑 연곡>이다. 역사의 고개, 삶의 고개를 넘어가며 여러 아리랑 곡들을 4명의 여인들은 아정하게 들려준다. 아리랑의 흥은 앙코르 곡 <풍구>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관객과 소통하기에 적절했다.
4명의 소리꾼(김보라, 유현지, 유성실, 이진솔)과 이고운(피아노), 우민영(타악)의 연주로 진행된 절대가인의 이번 공연은 전통음악의 가치를 깊게 간직하되 편안하면서도 즐거운 음악을 만들어 대중과 호흡하려는 노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무대다.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어려운 명제를 다양한 음악적 변주를 통해 보여주려는 절대가인의 노력이 더욱 많은 무대에서 꽃 피우기를 바란다. 나비가 청산가듯 말이다.
이주영(국립극장 기획위원, 시인,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