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두째인 대서(大署)입니다. 이때는 대개 중복(中伏) 무렵으로, 장마가 끝나고 “염소뿔도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더위가 가장 심하지요. “쇠를 녹일 무더위에 땀이 마르지 않으니”라는 옥담 선생 시 가운데 나오는 구절은 이즈음의 무더위를 잘 표현해주고 있는데
이런 불볕더위, 찜통더위에도 농촌에서는 논밭의 김매기, 논밭두렁의 잡초베기, 퇴비장만 같은 농작물 관리에 쉴 틈이 없지요.
그러나
우리 겨레는 더위가 극성인 때 혀끝에서는 당기는 찬 것이 아니라 오히려 뜨거운 음식으로 몸을 보양했습니다. 바로 그것이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슬기로움인데 더운 여름철의 더운 음식은 몸 안의 장기를 보호해준다고 합니다. 이 이열치열의 먹거리로는 전설의 동물인 용과 봉황(실제로는 잉어와
오골계)으로 끓인 “용봉탕”, 검정깨로 만든 깻국 탕인 “임자수탕” 그리고 보신탕, 삼계탕, 추어탕 따위가 있지요.
그리고 옷을
훌훌 벗어던질 수 없었던 선비들은 냇가에서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을 하거나 소나무 그늘이 진 정자에서 솔바람 맞으며 시를 읊는 것으로 더위를
피하기도 했습니다. 요즈음은 건강에 해롭다는 에어컨 바람으로 여름을 나기도 하지만 아무리 해도 더위를 나기가 어렵습니다. 9세기 동산양개
선사(禪師)는 ‘네 자신이 더위가 되어라.’라고 했다는데 그 말처럼 우리 자신이 “더위”가 되어 큰 더위 곧 “대서”와 마주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