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9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문화편지

큰 유학자 기대승, 대자리에서 방구부채를 부치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34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蒲席筠床隨意臥  대 평상에 자리 깔고 편한 대로 누웠더니
   虛鈴疎箔度微風  쳐놓은 발 사이로 실바람이 솔솔 불어
   團圓更有生凉手  방구부채 살살 흔드니 바람 더욱 시원해
   頓覺炎蒸一夜空  푹푹 찌는 더위도 오늘밤엔 사라지네“




위 한시는 고봉(高峰) 기대승(奇大升, 1527~1572)의 “여름날정경[夏景]”입니다. 옛 선비들의 여름나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에어컨 바람과 함께 거나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여름나기를 해야만 하지만 고봉은 그저 평상에 왕골대자리를 깔고 방구부채(부채살에 비단 또는 종이를 붙여 만든 둥근 모양 부채)를 부칠 뿐입니다. 굳이 탁족(濯足,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쫓는 일)을 하지 않아도 오늘밤은 푹푹 찌는 무더위도 사라졌다고 하지요.

고봉은 어려서부터 독학하여 고전에 능통했고, 나이가 26살이나 위인 퇴계(退溪) 이황(李滉)과 사단칠정(四端七情)을 주제로 논쟁한 편지를 8년 동안이나 주고받았는데 후세 유학자들이 이 문제를 말하지 않은 이가 없었지요. 퇴계가 선조에게 기대승을 말하기를 “그는 널리 알고 조예가 깊어 그와 같은 사람은 보기 드무니 이 사람을 통유 (通儒, 세상사에 통달하고 실행력이 있는 유학자)라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했을 정도입니다. 올여름은 대자리 위에서 부채를 부치면서 책을 읽는 여름나기로 고봉의 흉내를 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