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경주에는 8가지 괴이한 경치 곧 “8괴(八怪)”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허공에 떠 있다는 바위인 “남산부석(南山浮石)”, 모래가 위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문천도사(蚊川倒沙)”, 안압지의 뿌리를 내리지 않고 자라는 풀인 “압지부평(鴨池浮萍)” 따위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탑에 이끼가 끼지 않아 즈믄해(천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순백의 빛깔을 간직하고 있다는 국보 제39호 경주 나원리오층석탑(羅原里五層石塔)도 “8괴”의 하나지요.
이 석탑은 경주시 현곡면 나원리 마을의 절터에 남아 있는 것으로 경주에 있는 석탑 가운데 국보 제112호 감은사지 동ㆍ서
삼층석탑과 국보 제38호 고선사지 삼층석탑에 비교될 만큼 큰 규모입니다. 2층 기단(基壇)에 5층의 탑신(塔身)을 세운 모습으로, 기단과 1층
탑신의 몸돌, 1ㆍ2층의 지붕돌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하나의 돌로 이루어져 있지요.
짜임새 있는 구조와 아름다운 비례를 보여주고
있어 남북국시대(통일신라)인 8세기 무렵에 세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주 부근에서는 보기 드문 5층석탑으로, 탑이 지니고 있는 듬직한 위엄에
순백의 화강암이 가져다주는 맑은 기품이 잘 어우러져 있지요. 1995년부터 1996년까지 해체수리를 했는데 당시 3층 지붕돌 위 사리공에서
사리함과 금동소탑, 금동소불 등의 사리장엄구가 발견되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순백의 빛깔을 지니고 있어 “나원 백탑”이라고도
불리는 이 나원리 오층석탑을 만나러 가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