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엔 냉면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역사 인물 가운데 냉면 사랑이 유별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조선 26대
임금이면서 대한제국 초대 황제인 고종이었지요. 고종의 냉면 사랑 이야기는 대한제국기의 마지막 황후였던 윤비의 지밀상궁 김명길이 쓴 《낙선재
주변》이란 책에 나옵니다. 이 책은 조선과 대한제국기 황실 모습 이야기가 담긴 것으로 동아일보사에서 펴낸 책이지요.
고종은 맵고 짠
음식을 싫어하고 단 음식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배를 넣어서 담근 동치미에 고명으로까지 배를 듬뿍 올려 만든 냉면을 즐겼다고 합니다. 궁중에
잔치가 있을 때는 반드시 냉면을 만들어 올리라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이때 냉면에 쓰인 재료는 메밀국수에 양지머리, 돼지 다리, 배추김치, 배,
꿀, 잣 따위였다고 합니다.
특이한 것은 고명과 육수만 수라간에서 만들고 메밀국수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는지 대한문 밖 국수집에서
사왔습니다. 이때 고종은 술을 전혀 못했기에 식혜를 곁들여 먹었다고 하지요. 황제국가를 선포하고 당당한 나라를 만들려고 했던 고종은 일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은 물론 독살 위험에 잠 못드는 나날을 보낸 탓에 불면증에 시달리던 긴긴밤을 냉면으로 달랬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