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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인목대비, “주인은 어찌하여 또 채찍을 휘두르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36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老牛用力 已多年  늙은 소 논밭갈이 힘쓴 지 이미 여러 해
     領破皮穿 只愛眠  목 부러지고 살갗 헐었어도 잠만 잘 수 있다면 좋으리

     犁已休 春雨足  쟁기질, 써레질도 끝나고 봄비도 넉넉한데

     主人何苦 又加鞭  주인은 어찌하여 또 채찍을 휘두르나



위 한시는 보물 제1627호 “인목왕후 어필 칠언시 (仁穆王后御筆 七言詩)”로 선조(宣祖)의 계비(繼妃)인 인목왕후(仁穆王后, 1584~1632)가 큰 글자로 쓴 것입니다. 크기는 세로 110cm, 가로 50cm이고 종이 바탕에 쓴 것으로 근대에 족자로 만들어졌는데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경기도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지요. 인목왕후가 대비(大妃) 때인 1613년(광해군 5) 이이첨 등에 의해 영창대군(永昌大君)을 추대하려 했다는 공격을 받아 사약을 받고 죽은 아버지 김제남과 아들 영창대군을 위하여 칠장사(七長寺)를 원당(願堂)으로 삼아 중건하면서 쓴 글이지요.


시에서 인목왕후는 이이첨 등 대북파에 시달리는 자신을 늙은 소에 견주고 광해군을 그 늙은 소에 채찍을 휘두르는 주인에 비유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의 의미를 곰곰 살펴보면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기업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일을 한 노동자는 그저 편하게 살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해고의 채찍을 휘두른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