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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갓 쓰고 곰방대 물고 일하던 인쇄소 풍경

[얼레빗으로 빗는 히루 336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금은 적은 인쇄소라도 다 규칙 있게 일을 하지오마는 그때는 어디 그랬습니까? 내가 서른하나인가 둘이 되었을 때이니 이십 육칠년 전인가 보오. 그렁저렁 여남은 군데로 돌아다니며 운전, 삽지, 문선 등 별의별 일을 다 하다가 배설이 경영하든 대한매일신보사에 문선공으로 들어갔지요. 그 때 문선공이 육칠 명 됐나요.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어쨌든 상투들이 뾰죽뾰죽한 데다 곰방대를 제각기 하나씩 물고 입담배를 꽁꽁 눌러 담아서 빡빡 빨면서 문선을 하였지요.”




위는 동아일보 1926년 1월 14일 치 기사로 “십년을 하루 같이” 연재의 열한 번째 내용입니다. “십년을 하루 같이”는 교사, 이발사, 부동산 중개업자 같은 이들이 오랫동안 일을 해온 얘기를 담은 것으로 이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오는 10월 23일까지 열리는 “인현동 인쇄골목”에 전시되고 있는 내용입니다. 지금이야 인쇄기술이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 활자도 없어지고 디지털인쇄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만 당시 문선공이었던 대동인쇄주식회사 조병문 정판과장 얘기는 딴나라 이야기처럼 재미납니다.

조 씨가 인쇄일을 하던 때는 1900년 무렵으로 갓을 쓴 사람들이 곰방대를 하나씩 물고 빡빡 빨면서 문선을 했다는 이야기는 '금연'이 일반화된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문선(文選)”이란 활판 인쇄에서 원고의 글자대로 필요한 활자를 뽑아 모으는 일로 채자(採字)라고도 하지요. 인현동 골목에는 갓 쓰고 곰방대를 문 인쇄공들이 즐비했지만 이런 일도 이제는 과거의 흑백필름처럼 지나가버리고 이제는 디지털 인쇄시대를 맞고 보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