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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최대 고서점가는 북까페로 변신 중

진보초(神保町) 고서점가 뒷골목 북카페에서 생각하다

[우리문화신문=도쿄 이윤옥 기자] 도쿄 간다(神田)  진보초(神保町) 고서점가를 뒤지다가 날이 무더워 진보초(神保町) 뒷골목 북까페에 들어가 냉커피 한잔을 시켰다. 북까페인지는 알았지만 특별히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은 없어 안락의자에 앉아 냉커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 냉커피 나왔어요’라는 소리에 일어서서 커피를 들고 나오다가 마주친 책 제목이 현대는 무엇을 잃었는가? 언어, 가족, 길거리 풍경...라는 책이다. ‘소화의 도쿄(昭和の東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이 눈에 띈 것은 전날 서울의 지인과 나눈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며느리가 임신을 했는데 한 달에 한 번씩 초음파를 찍는다고 하여 태아에게 괜찮을까? 라고 한마디 했더니 카톡으로 뭐가 문제냐는 듯이 며느리가 답을 해왔다.”며 야속하다는 전화였다. 그렇잖아도 갱년기 우울증인 지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스마트폰이 대세다. 일부 젊은이들은 전철을 타고 내릴 때조차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지하철 곳곳에 ‘제발 타고 내릴 때는 스마트폰을 쓰지 말라’는 홍보물까지 등장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현대인이 잃은 것은 가족보다도 ‘말(언어)’인 것 같다. 길거리를 가다가도 혼자서 히히덕거리는 것은 모두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하는 짓이다.


스마트폰은 여지없이 도쿄의 최대 고서점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구태여 대로변에 비싼 임대료를 물면서 서점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우리 서점도 이곳에 문을 연지는 오래되었어요. 대정시대(大正時代1911~1926) 이전부터였으니까 100년이 넘었지요. 점점 책이 안 팔립니다. 젊은이들은 모두 스마트폰으로 미리 책을 조사하고 오기 때문에 임대료가 비교적 싼 뒷골목에 서점이 늘고 있어요”



이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진보초의 터줏대감인 대운당서점(大雲堂書店)의 대표인 오오쿠모겐지 (大雲健治) 씨의 말이다.


정말 오오쿠모 대표의 말처럼 도쿄 고서점가도 슬슬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를 뒷받침하는 기사가 8월 20일치 요미우리신문(読売新聞)에 소개되어있다. “출판 불황 서점의 생존전략”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그것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순수한 서점만으로는 유지가 어렵지만 문구류와 팬시제품을 곁들인 북까페식으로 운영하니까 매상이 오른다는 것이었다. 일테면 ‘서점의 복합화로 위기를 극복해보자’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진보초 대로변을 한 블록 뒤로 들어가면 북까페를 볼 수 있다. 기자가 들어간 곳도 4년전 까지 100년 넘게 운영하던 서점을 북까페로 바꾼 도쿄도서점(東京堂書店)이다. 제법 겉 모습이 세련된 도쿄도서점에 들어서니 커피숍처럼 꾸며 놓았다.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책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서 애초에 책을 살 생각이 없다가도 책을 사게 만드는 분위기다. 상술치고는 꽤 매력적인 북까페는 앞으로 대세일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도쿄 간다(神田) 진보초(神保町) 지역에 서점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이곳에 대학들이 들어서면서부터이다. 이곳에는 1880년(메이지 10년) 무렵부터 메이지대학(明治大學), 주오대학 (中央大學), 닛폰대학(日本大學), 센슈대학(専修大學)들이 들어서게 되자 자연스럽게 교과서를 비롯한 책 수요가 늘게 되어 서점이 하나둘 들어서게 되었고 오늘날 그 역사는 130여년에 이른다.




2016년 간다고서점연맹(神田古書店聯盟)에서 펴낸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 정식 서점 수는 157개로 서점마다 전문으로 다루는 분야도 다양하다. 국문학(일문학), 사진, 불교, 미술, 건축, 동식물관련 등 나름의 전문성으로 독자들의 발걸음을 끌고 있다.


물론 이곳이 고서적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신간서적만을 다루는 곳도 있으며 고서점의 경우 책값은 천차만별이다. 천차만별이란 가게마다 다르다는 뜻도 있지만 같은 책이라도 서점 앞쪽 가두판매대의 경우는 대게 100엔부터 500엔 정도의 책을 진열해 놓고, 서점 안쪽의 서가에는 한권에 몇 만 엔짜리들도 많다. 사실 기자가 원하는 불교관련 책은 1권에 48,000엔(한화 53만원)이라는 값을 매겨 놓아 그냥 발길을 돌려야했다.


특히 절판된 책들은 70~80년대 책이라도 몇 만 엔을 훌쩍 넘기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래도 고서점가에서 뿐이 구할 수 없기에 장사가 되는 것 같다.




냉커피를 마시며 쇼와시대(昭和時代, 1926~1989)를 그리워하는 책장을 펴니  모기장, 연필통, 낡은 국어(일본어)사전, 흑백가족사진, 다꾸앙(단무지), 고다츠(일본난로)... 같은 낱말들이 보인다. 이제는 좀처럼 쓰지 않는 물건들에 대한 향수가 듬뿍 느껴지는 문고판 수필이다. 2011년에 출간되었는데도 꾸준히 나가는지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해두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서가에 눈을 돌리니 역시 쇼와시대(昭和時代)를 그리워하는 소화30년대의 냄새(昭和30年代匂い)라는 책도 눈에 띈다.



우려스런 것은 지금 풍요속의 일본인들이 전쟁과 침략으로 얼룩졌던 쇼와시대(昭和時代)의 비평화적이고 반인륜적이었던 역사적 사실에 눈감고 단순히 모기장이나 고다츠가 그리워진다는 식의 감상에 빠지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쇼와시대의 어두운 그늘을 경험한 한국인으로서 이런 우려가 단순한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진보초의 북까페를 나왔다.


* 찾아 가는 길

도쿄시내에서 접근하는 방법은 많지만 도에이치카테츠(都営地下鉄)를 타고 진보쵸에키(神保町駅)에서 내리는 것이 적게 걷고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