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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황용주 명인의 “예악생활 60주년 기념공연”

[국악속풀이 27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흔히, 은퇴 후 30년의 시기를 핫 에이지(Hot Age)라고 한다. 열정을 갖고 일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보통 60살 안팎에 은퇴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30년 뒤인 90살 전후가 이 시기에 속하는 것이다. 실제로 90, 또는 100살을 넘긴 노인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작품을 쓰고, 자기가 평소 하고 싶어 하던 일을 마음껏 하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만나게 된다. 하기 좋은 말이 아니라, 70, 80살의 노인에게도 열정이 있다면 마음은 청춘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 분명하다.

평생 선소리 산타령을 부르면서 살아온 황용주(黃龍周) 명인이 인생 80을 맞아 제자들과 더불어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 특설무대에서 오후 2시부터 기념공연을 갖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열정을 지니고 핫 에이지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어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사람이 외길 인생을 산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은 법인데, 그것도 10년이나 20~30년도 아니고 60년을《산타령》을 부르며 살아왔으니 그가 후학들로부터 존경과 축하를 듬뿍 받는다는 일이 얼마나 보람차고 자랑스러운 일이겠는가!

특히 오늘의 기념공연 무대는 그의 제자들이 예의를 다하고 정성을 다해 준비한 공연이어서 더더욱 보람을 느끼게 되는 날이리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바와 같이, 경기지방에 전승되어 오는 《산타령》은 여럿이 대형을 갖추며 놀량-앞산타령-뒷산타령-자진산타령 등을 연이어 부르는 선소리(입창, 立唱)형식의 노래이다. 유산가나 제비가 등의 좌창과 함께 경기소리의 대표적인 노래인 것이다. 특히《산타령》은 답교(踏橋, 다리밟기)놀이에서는 빼놓을 수 없던 노래로, 참여한 이들의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그만한 노래가 흔치 않다.

대표적인 놀이로 서울 왕십리와 뚝섬을 잇는 ‘살고지다리’에서의 정월 대보름 답교놀이는 대단한 잔치마당이었다. 이곳에서는 이태문의 뚝섬패를 비롯하여, 이명길이 이끄는 왕십리패, 권춘경의 동막패, 소완준의 과천패, 그 외에도 여러 소리패들이 모여 목말을 타고 《산타령》을 부르며 밤새워 흥겹게 놀았다고 한다. 100년 전 합창 축제의 광경이 자연스레 그려지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변화의 물결은 전문 선소리패들의 연창(演唱)을 단절시키고야 말았다. 목청을 돋으며 흥겹게 불러주던 각 지역마다의 유명 소리패들 공연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다행이 1960대 후반, 국가는 《산타령》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면서 한인학 후계자인 김태봉, 소완준의 제자 정득만, 이명길의 제자 이창배, 권춘경의 제자 김순태, 그리고 황기운의 제자 유개동 등을 예능보유자로 인정하여 그 명맥을 오늘에 잇도록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산타령은 오늘까지 힘겹게 명맥을 잇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산타령은 황용주와 최창남이 예능보유자로, 박태여, 염창순, 방영기, 이건자, 최숙희 등이 전수조교로, 그리고 조효녀 외 여러 이수자, 전수자들이 <산타령보존회>를 결성하여 지난날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에도 산타령의 전문가는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자생력이 약한 종목으로 남아있다. 전승을 위한 특별배려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산타령을 전공으로 하는 전승자들이 확대되어 보다 활발한 전승활동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며 이를 관리하는 문화재청도 비인기 종목에 대한 특별 육성책을 강구해 주어야 한다. 이를 게을리 한다면 모처럼 되살아나고 있는 산타령의 전승이나 보급의 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산타령은 사설 내용이 매우 건전하고 상식적이며, 혼자보다는 여럿이 대형을 갖추며 합창으로 부르게 되어 있는 노래여서 협동심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국악의 다양한 리듬감을 몸으로 익히게 되며 씩씩하고 활달한 창법과 다양한 표현법을 익힐 수 있는 교육적인 노래이기 때문에 적극 보호해야 할 민족의 유산이라 할 것이다.

 

필자가 산타령 전승자들과 수차례 미국과 중국의 연주여행을 동행하면서 가까이서 보아 온 황용주 명인의 모습은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며 진정으로 스승을 받들고 이웃을 섬긴다는 점, 스스로에게는 엄격하며 철저하게 보이지만, 제자들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내면은 참으로 인간적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열악한 음악 환경 속에서 산타령의 전승을 위해 평생 노심초사하며 살아온 황용주 사범의 예악생활 60주년 기념공연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또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스승의 공연을 준비해 온 보존회 여러분에게 노고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