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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강화에서의 국악경연, 명품 대회로의 성장할 것

[국악속풀이 286]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인천광역시 부평구가 주최한 국악경연대회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부평 풍물축제가 3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대표 공연예술제에 뽑혀 대표 거리축제로 자리매김을 하였으며, 그 축제의 하나로 국악경연대회가 16회째열리고 있다는 이야기, 경연 분야는 기악, 무용, 민요 등 3개 분야이었지만 예상외로 신청자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일반적으로 신청자가 많으면 경연 때 포기자도 많은 편이나, 부평대회는 빠진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 빠진 사람이 생기는 원인은 교통비나 숙박비가 많이 들 때, 출전인원이 많아 입상권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상금액이 적거나 상의 훈격에 따라, 그리고 드물게는 자신과 다른 류를 전공하는 전문가가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었을 경우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부평대회는 초등학생들의 열연, 고등부의 실력이 월등하였으며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공간을 경연장으로 선정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대회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서는 진행요원을 더 확보하여 심사결과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부평대회가 있던 다음 날(10월 2일), 강화군에서는 제4회 강화 전국국악경연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강화군이 주최를 하고, 《향두계놀이보존회(대표; 유지숙)》가 주관한 행사였다. 경연 장소는 마니산 상설공연장이었으나, 당일 아침부터 세차게 내리는 비로 인해 관내 화도초등학교강당에서 진행되었다.

강화군은 단군이야기에도 나오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 자연풍광이 아름답고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역사적인 곳으로 다리 하나를 두고 동쪽은 김포, 북쪽은 한강 및 예성강 하구를 건너 개풍군 및 황해도 연백군과 마주하고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필자의 고향은 강화에서 강을 건너면 닿는 개풍군이어서 강화군이 마치 제2의 고향처럼 다정다감하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개풍군 중면이나 인근에서 강화로 피난을 내려와 현재까지도 살고 있는 고향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 더욱 친근감을 갖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강화의 기후는 온난하고 토질이 비옥한 편이어서 쌀을 비롯하여 무, 배추 등의 원예작물이 풍부하고, 왕골이나 인삼 등의 특용 작물 재배지로도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역사적 사건을 통한 유물이나 유적, 그리고 명승지 등 많은 관광자원이 있다는 점도 강화의 자랑이다. 그래서 강화의 여러 지역이 국방유적 복원계획에 따라 국민관광지로 개발되어 새로운 면모를 갖추어 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발이 되어 나가는 곳이 또한 강화도인 것이다.

이곳에는 마니산, 삼랑성, 전등사, 석모도의 보문사 등 관광자원도 풍성한데, 특히 단군성조가 천신에게 국운을 빌었다는 마니산의 참성단에서는 전국대회의 성화가 채화되며, 보문사를 중심으로 민속행사의 하나인 용왕제도 열리고 있다. 또한 하점면의 5층 석탑, 강화 동종(銅鐘), 정수사 법당, 삼랑성, 강화산성, 고려궁지의 사적이나, 강화 갑곶리나 사기리의 탱자나무, 서도면의 은행나무 등 다수의 문화재급 보물이나 기념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무형문화재의 발굴사업이나 복원사업이 확대되리라 믿고 있는 곳이다.


이번에 네 번째 치른 강화 전국국악경연대회는 기악이나 춤, 판소리나 병창, 풍물굿 등을 동시에 겨루는 종합대회가 아니라, 성악의 한 장르, 그것도 경서도 소리를 중심으로 하는 경연이었다. 유초등부, 중고등부, 일반부, 명창부, 실버부, 단체부 등으로 구분하여 예선과 결선으로 최종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법이었다.

민요라는 단일 종목임에도, 전국에서 도전장을 낸 경연 참가자로 인해 초등학교 강당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겨우 4회째의 대회임에도 그토록 참가자가 많았다는 점은 강화가 낳은 한국의 유명한 소리꾼 유지숙이 주관하는 대회이고, 그래서 더욱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 그런 대회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이 다른 대회보다도 더욱 명예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날 참가자들의 기량은 출중한 편이었다. 학생부 출전자들은 가사의 암기가 확실했고, 명창부는 민요의 창법이나 특징적 표현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특히 실버부나 단체팀에 참여한 사람들은 소리 실력 이외에 유연한 동작이나 대형으로 멋진 호흡을 자랑하며 그간의 공력을 인정받았다.

이 날 심사위원들은 7명씩 2개조로 14명이 위촉되었다. 경연대회는 심사위원들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언제나 대회의 신뢰도를 높이게 마련이다. 이번 강화대회에 심사위원들은 관객이 지켜보는 객석 맨 앞자리에 간격을 유지한 채 앉았고, 열띤 경연이 끝나는 대로 채점표를 작성 제출하였으며, 운영본부는 이를 즉시 받아 갔고, 집계가 되는대로 위원장의 확인 아래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등, 공정성을 잃지 않았다.

 

심사위원간은 물론이고 경연자들과의 사담이나 필요 없는 대화도 일체 피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는 참가자들의 시선은 매우 긍정적이었다는 평이다. 65살 이상의 노인층을 위해 마련한 실버분야의 신설이라든가, 지역의 상징성을 강조하는 단체부의 경연은 강화대회의 특색 중 하나였다. 이들은 화려한 의상과 돋보이는 율동을 선보이며 무대와 객석을 하나로 만들며 잔치마당을 연출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강화국악경연대회에 아쉬운 점은 남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기관이나 후원단체의 관심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지역의 문화를 살리려는 기업인이나 애호가들이 중심이 되는 후원회의 결성이라든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쉬웠던 점이다.

 

경주나 남원, 광주, 전주, 대전, 홍성과 같은 곳에서 볼 수 있었던 관()과 민()의 뜨거운 분위기가 이곳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경주시에서는 전 시장이 앞장서서 후원회를 조직하고 고장의 명예를 드높이게 될 대회에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었고, 남원시에서는 지역의 주민들이 생업을 뒤로 하고 춘향제를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광주, 전주, 대전, 홍성 등지에서는 지역의 유지들 모임에서 심사위원들을 위한 환영만찬을 준비해 주고 고장을 찾은 외지인들을 정감 있게 대하는 것이 뜨겁게 느껴졌던 것이다.

 

경연이 끝나고 시상식에 앞서 가진 축하 공연의 무대는 다소 초라했다. 강화군민들을 위한 잔치마당을 만들어나간다는 차원에서라도 문화재급 명인, 명창들을 초대해 지금보다는 판을 키워야 한다.

 

입상자들의 수상소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강화대회는 깨끗하고 공정했던 대회, 실력 있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대회, 믿고 참여하고 싶은 대회, 신뢰를 쌓아가는 대회라는 인식을 깊이 심었던 대회임이 분명하다.

 

강화군이 진정으로 고장의 명예를 지키고 전통문화의 맥을 자랑스럽게 이어가기를 바란다면, 공무원들은 보다 적극적인 후원자로 나서주기 바라고, 아울러 주민들은 지역의 주체로 지역 사랑의 자세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강화는 최초 하늘이 열린 곳이고,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고장이며, 특히나 대한민국 최고의 명창 유지숙을 낳은 서도소리의 본가로 알려져 있는 자랑스러운 곳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상금규모도 조금 키우고, 축하 공연무대도 확대하고, 홍보도 대대적으로 해서 군 단위의 경연대회를 뛰어넘어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 개최되는 경연 이상의 명품 대회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