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재)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단장 예인동)은 오는 10월 27일(목), 28일(금)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춤극 <신시(神市)>를 재공연한다. 재공연에 앞서 26일 늦은 3시 기자들을 위한 프레스콜이 열렸다.
<신시>는 단군신화를 동기로 한 춤극으로 웅족, 천족, 호족이 갈등과 전쟁 끝에 상생을 이루고 평화로운 나라를 세운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올해 공연은 2015년 서울시무용단이 공연했던 <신시-태양의 축제>의 완성도를 높여 재공연하는 것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 전체를 활용하는 웅장한 축제 장면, 전쟁을 표현한 역동적인 군무, 농염한 사랑무 등 화려한 볼거리를 갖춘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국보급 안무가이자 창작 무용의 거장인 국수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총괄안무를 맡았고, 작곡가 김태근와 유희성 연출가도 다시 합류하며 음악의 선율을 보완하고 뮤지컬의 표현방식을 도입하는 등 한국 무용극의 고정관념을 넘어서고자 한 무용극이다. 또한 이번 <신시>공연은 한국 무용극에서는 만나기 힘든 발레리나, 발레리노 등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관객에게 신선함을 안긴다.
‘웅녀’역에는 한국 최고의 발레리나 김주원과 서울시무용단 솔리스트 김경애가 출연한다. ‘환웅’역에는 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 출신의 이정윤과 서울시무용단의 스타무용수 신동엽이 캐스팅되었다. 끝으로 강렬한 춤사위를 선보여야 하는 ‘호족장’ 역에는 댄싱9의 스타 윤전일과 서울시무용단의 기대주 최태헌이 각각 캐스팅되어 서로 다른 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상급 무용수들이 자존심을 걸고 자웅을 겨루게 될 만큼 양일 간 다른 색채로 표현될 <신시>를 비교해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입장권 예매: 세종문화회관 02-399-1114 www.sejongpac.or.kr / 인터파크 1544-1555 www.ticketpark.com, 문의: 서울시무용단 02-399-1766)
80여명의 출연진, 40M의 깊이와 회전 무대, 블록버스터 춤극의 탄생
극은 시작부터가 달랐다. 우선 무대에는 5~7m에 달하는 거석신상(巨石神像) 5개가 무대를 꽉 채운다. 그리고 강렬한 음향, 환상적인 조명, 60명의 춤꾼과 20명의 뮤지컬 배우가 등장하여 관객들을 압도한다. 무대 앞쪽부터 뒷부분까지 40m를 꽉 채우는 춤은 관객들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한다.
천족의 강림, 환웅과 웅녀의 사랑 2인무, 박력감이 넘치는 전쟁 장면, 탄생의 신비를 주제로 한 핏빛 춤 등은 관객에게 강렬하게 다가온다. 특히 극의 시작에서 5개의 거석상을 밀고 40m 깊이의 무대에서 천족이 하늘에서 강림하는 장면은 세상이 열리는 신비와 감격으로 다가온다. 또한 사랑의 2인무에서는 섬세한 사랑의 감정이 묘사되며, 천족과 호족의 전쟁장면은 60명의 무용수들이 긴박하고 긴장감 넘치는 군무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춤으로 만나는 우리민족 상고사(上古史), 홍익인간의 강렬한 메시지
‘신시’는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사람세상을 동경한 환인의 아들 환웅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 풍백, 우사, 운사와 함께 3,000의 무리를 이끌고 내려와 나라를 열었다는 곳으로 단군신화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청동기를 기반한 고조선보다 선대인 신석기문화를 중심으로 현재 중국 내몽골 동남부와 요녕성 서부, 하북성 북부 그리고 길림성 서부에 걸쳐 찬란한 문명을 이루었던 한민족의 유적과 유물들이 대거 발굴되었다. 이른바 홍산문화, 요하문명 등으로 불리며 동북공정의 발단이 된 이곳이 춤극<신시>의 역사적 배경이다.
춤극 <신시>는 ‘환웅’과 ‘웅녀’의 사랑, 전쟁과 용서, 화합과 상생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세계를 동경했던 환인의 아들 환웅이 지상으로 강림하여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상생(相生)’ 곧 ‘더불어 살기’다. 전 세계에서 이념과 종교, 인종과 지역, 성별과 계급 등 극한 대립과 갈등 속에 살고 있는 21세기 우리들에게 춤극 <신시>는 7천 년 전 우리민족의 성조(聖祖)들을 강력한 메시지, 바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신을 전하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무대에서 사용되는 거석신상들과 천족의 소품, 의상들은 하늘(태양)을 숭배한 찬란했던 홍산문화의 유물인 흑피옥, 조각상 그리고 고조선 유물인 다뉴세문경 등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파격적 캐스팅! 김주원, 이정윤, 윤전일
국수호 안무가와 작품에 함께 참여한바 있는 발레리나 김주원은 이번 공연에 ‘웅녀’역으로 캐스팅 되었다. 한국무용에 발레의 선을 덧입혀 새로운 협력무대를 선보인다. 웅녀의 매혹적인 모습을 발레리나 김주원이 어떻게 만들어 낼지 대중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김주원은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로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를 역임했으며, 제14회 러시아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한 바 있다.
‘환웅’역의 이정윤은 김주원과 함께 공연한 바 있어 그들의 호흡이 신시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이정윤은 현재 KDT예술감독이며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출신으로 <봄의 제전G.>에서 김주원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호족장’역에는 엠넷(m-net)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댄싱9>에 출연해 인기를 모은 발레리노 윤전일이 출연한다. 루마니아 국립오페라 발레단에서 수석 무용수를 지낸바 있는 실력파 젊은 발레리노로서 파워풀한 안무를 소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춤을 제대로 보여줄 서울시무용단의 김경애, 신동엽, 최태헌
프레스콜과 28일 주역으로는 서울시무용단의 솔리스트 김경애, 신동엽, 최태헌이 무대에 오른다. 웅녀역의 김경애는 서울시무용단의 단원들 중에서도 모두에게 인정받는 실력파 춤꾼이다. 안정적이고 고르게 좋은 기량을 갖추고 풍부한 표현력도 겸비한 훌륭한 무용수로 이번이 첫 주역 발탁이다.
지난해에 이어 환웅을 맡은 신동엽은 서울시무용단의 <경성,1930>, <만월>, <백조의 호수>, <사미인곡> 등에서 주역을 맡는 등 명실상부한 서울시무용단의 최고 스타 무용수다. 현대적인 움직임과 타고난 신체적 장점을 바탕으로 환웅역에 캐스팅되었으며 공교롭게도 대학교 졸업 작품이 이번 공연의 제목과 같은 <신시>였는데 당시에도 환웅역할을 했던 인연이 있다.
호족장역의 최태헌은 아이스하키에서 무용으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무용수다. 2008년 서울시무용단 입단과 동시에 <백조의 호수> 주역인 왕자역할을 맡고, 2008년 전국무용제 남자연기상, 2010년 서울무용제 연기상 등을 수상하는 등 호연을 펼치고 있는 주목할 만한 젊은 무용수이다. 훤칠한 키와 수려한 외모로 서울시무용단이 자랑하는 스타 무용수이기도 하다.
치밀한 짜임새, 섬세한 몸짓, 약간의 실수도
극이 전개되는 도중 춤꾼이 북채를 떨어뜨린다던지, 휘감긴 옷감이 풀어지지 않았다든지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춤꾼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극에 몰입한다. 대신 춤극 전체는 치밀하게 짜여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춤꾼들의 몸짓은 박력과 섬세함, 때론 농염함 그 자체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바로 웅장함과 긴박감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안무, 작곡, 연출이 하나가 되어 거대한 <신시>를 만들어 낸다.
이날 춤극 <신시(神市)>는 우리에게 서로 상생(相生), 곧 더불어 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제작자와 춤꾼들은 그것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외치고 있다. 180분 동안의 웅장함에 일반 관객과 달리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하는 기자들은 그 누구랄 것도 없이 저절로 손뼉을 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