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대쵸 볼 불근 골에 밤은 어이 뜯드르며
벼 뷘 그르헤 게는 어이 내리는고
술 닉쟈 체 쟝사 도라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이는 황희 정승이 지은 시로 “대추볼이 붉은 골짜기에 밤은 왜 떨어질까? 벼를 베어 낸 그루터기에 게는 어이하여 기어 나와
다니는고? 술이 익었는데 마침 체 팔러 다니는 장수가 오니 (체를 사서) 술을 걸러 먹지 않고 어이 하리.”라는 뜻입니다. 체장사가 지나만 가도
술을 걸러먹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황희 정승은 술을 좋아해서인지 장수 황씨 집안에 내려오는 술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호산춘이 그것이지요.
호산춘은 명재상 황희 정승의 증손인 황정이 경북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에 집성촌을 이뤄 살면서부터 황정을 입향조로 하는 장수 황씨 사정공파
종택에서 전승돼온 가양주입니다.
현재 기능보유자는 권숙자 선생으로 권씨는 19세에 황씨 문중으로 시집와 50년 넘게 호산춘을
빚어왔습니다. 문헌에 ‘춘’자가 들어가는 이름의 술로는 ‘약산춘’, ‘한산춘’, ‘백화춘’ 따위가 있었으나 지금 전해지는 술은 황씨 문중의
호산춘 밖에 없지요. 호산춘은 멥쌀, 찹쌀, 조, 솔잎, 물로 담그고 술이 완성되는 기간은 약 한 달쯤 걸립니다. 이 술은 매우 향기롭고 약간
짠득한 끈기가 있으며, 산북면 대하마을에서 나는 물로 빚어야 그 맛과 향을 살릴 수 있다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