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호남사람들은 대를 종이같이 다듬어서 청색과 홍색 등 여러 가지 물을 들여 옷상자 등으로 썼다.” 이는 이규경이 쓴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채상조(彩箱條)’에 들어 있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채상(彩箱)”은 얇게 가른 대오리를 노랑, 파랑, 붉은 빛으로 물들인 다음 아름다운 무늬가 나타도록 씨와 날을 결어내어 만든 상자를 말하지요. 또 이 채상을 만드는 공예 또는 이 공예 기능을 가진 장인을 채상장(彩箱匠)이라 하고 국가무형문화재 제5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언제부터 채상이 쓰였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채상은 고대 이래로 궁중과 귀족계층의 여성가구로서 애용되었고, 귀하게 여겨졌던 고급 공예품의 하나였지요. 채상은 처녀들이 시집갈 때 혼수품을 담거나 여인들의 반지그릇, 보석함 등으로 사용되었고 벼슬아치들이 궁중에서 당직을 설 때 입을 옷을 담아가는데도 쓰였다고 합니다.
채상을 만드는 기술은 대나무 껍질을 입으로 균등하게 떠내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그렇게 떠낸 대나무 껍질을 물에 불린 후 그것을 무릎에 대고 일일이 다듬어 정리하지요. 염색을 하고 나서 1∼5가닥씩 엇갈려 가며 엮습니다. 그런 다음 모서리와 테두리에 남색이나 검정색 등 바탕무늬와 어울리는 비단으로 감싸면 완성됩니다. 채상에 꾸미는 무늬는 수복강녕ㆍ십자ㆍ번개ㆍ줄무늬 등 주로 좋은 일이 잇기를 바라는 길상적인 무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