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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세월의 흔적으로 녹 슨 것이 아름다운 정병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48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국보 제92호 “청동 은입사 물가풍경 무늬 정병[靑銅 銀入絲 蒲柳水禽文 淨甁]”이 있습니다. 정병(淨甁)이란 원래 인도에서 승려가 여행을 할 때 밥그릇이나 의복과 함께 메고 다니던 물병에서 유래한 것인데, 부처님 앞에 깨끗한 물을 바치는 공양구(供養具)로서의 쓰임새로 발전했습니다. 이 병에 들어 있는 감로수(甘露水)를 통해 모든 중생들의 목마름과 고통을 덜어준다고 하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의 정병인 것입니다.


처음 이 정병을 본 사람은 병 전체에 초록빛이 띄는 것을 보고 청자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만 사실은 이 병의 재질인 청동이 부식되어 나타난 빛깔이지요.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나타난 부식이 병을 더욱 아름답게 했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러니이기도 합니다.   



몸체에는 어깨와 굽 위에 여의두무늬를 돌리고, 그 사이에 갈대가 우거지고 수양버들이 늘어진 언덕이 있으며, 그 주위로 오리를 비롯하여 물새들이 헤엄치거나 날아오르는 아름다운풍경이 펼쳐집니다. 또 먼 산에는 철새가 줄지어 나르고 물에는 사공이 조각배를 젓고 있습니다. 그밖에 주둥이는 뚜껑이 있고, 뚜껑 윗면은 당초무늬로 투각(透刻, 구멍을 뚫어 무늬를 드러내는 것)하였고 목 부분에도 뚜껑이 있는데 은판(銀板)을 투각하여 장식하였습니다. 이 정병은 11세기 무렵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상감청자와 나전칠기 등 상감기법의 발달과 함께 성행했을 것으로 짐작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