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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오직 먹으로만 그려 담백한 오달제의 <묵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51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매화는 아직 겨울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때 눈을 뚫고 핍니다. 그렇게 눈 속을 뚫고 핀다 해서 설중매(雪中梅)’라고 하지요. 잎도 채 나지 않은 벌거숭이 같은 나무에서 고운 꽃송이들이 방울방울 피어날 때 우리는 그 신비함에 넋을 잃습니다. 매화는 난초, 국화, 대나무와 더불어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예부터 선비들의 오랜 벗이었습니다. 매화가 사군자로 칭송받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꽃과 향기가 청순하고 맑기 때문이며, 선비들이 동지부터 입춘까지 구구소한도를 그리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고난을 극복하며 사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여기 조선 중기의 문신 오달제(16091637)<묵매>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그의 그림에선 홍매화든 백매화든 외형적인 아름다움에는 관심이 없이 오직 먹으로만 매화를 표현합니다. 그저 추위라는 외부적인 시련을 극복하고 꽃이 핀 매화이기에 그것이 아름다울 뿐이지요. 가지에는 흰 매화꽃이 듬성듬성 달렸습니다. 나무의 몸체는 서예의 비백(飛白, 마치 비로 쓴 것처럼 붓끝이 잘게 갈라져서 쓴 글씨체)처럼 먹빛 속에 흰 부분이 드러나게 하는 필법을 써서 고목의 느낌을 잘 살렸지요. 대신 새로 돋아난 줄기는 여린 가지의 느낌을 잘 전해주려고 몰골법(沒骨法, 윤곽선 없이 색채나 수묵을 사용하여 그리는 기법)을 썼습니다


 

오달제는 인조 때 청나라와의 화의를 끝까지 반대하다 결국 청나라에 끌려가 처형을 당한 삼학사(三學士)의 한 사람입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하여 몸가짐이나 일 처리, 사람을 대하고 사물을 접하는 태도에 효()를 근본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하지요. 그는 말합니다. “대개 이()를 택하는 자가 반드시 사는 것은 아니며 해()에 처한 자가 반드시 죽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해야 할 뿐이니 어찌 이해를 견주고 삶과 죽음을 헤아려 뒤를 돌아보고 앞을 바라보며 망설이리요.” 그의 기개와 철학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