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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때문에 발생한 비용의 1/10만 사용했더라면...

언어 속에는 정신과 민족혼이 깃들어 있는 것

[우리문화신문=정운복 기자] 


 

강원도 양구여자고등학교 정운복 교사의 글을 연재합니다. 교육자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깨끗한 눈으로 글을 씁니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편집자말)



세계에는 약 6,800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문화를 비롯한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금세기 말에는

언어의 90%6,000여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문제는 언어가 사라지는 것보다 다양한 정신문명이 함께 소멸한다는 것에 있지요.

 

우리나라는 훈민정음이라는 매우 우수한 부호체계로 이루어진 한글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자이기도 하지요(1997년 등재)

그런데 우리나라 국어정책은 물론 국민들도 한글에 대한 관심도가 적습니다.

 

우리나라는 개인을 제외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세운 영어를 위한 예산이

한글을 위한 예산보다 무려 37배나 높습니다.

영어 사교육까지 거론한다면 계산할 수조차 힘든 천문학적인 돈이 영어를 위해 쓰입니다.

심지어 옛날에는 공문과 회의를 영어로 진행할 것과

영어를 제2공용어로 지정할 것을 검토한 적도 있습니다.



 

적어도 한글과 영어에 대한 예산은 같은 수준에 놓여야 합니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은 유명한 강사가 PPT에 영어를 몇 줄이라도 넣어야 명강사인 것 같이 착각하는 사람이 많고 대화에도 영어 단어 몇 개는 주워 삼켜야 고급진 대화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명강의는 듣는 청중에 대한 깊이 있는 배려가 있을 때 가능합니다.

초등학교 학생들 앞에서 전문용어로 도배된 강의가 우수할 수 없으며

전문가 집단에서 초등학생이나 들어야 하는 강의를 하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 그 천문학적인 돈을

우리 문학을 영어로 번역하고 해외로 알리는데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노벨상이 실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영어 때문에 발생한 비용의 1/10만 사용했더라면 우리나라에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몇 명 정도는 생기지 않았을까하는 조심스런 생각을 해 봅니다.

 

간판에 국적불명의 영어가 늘어나고, 지자체나 아파트 이름이 영어로 도배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광속으로 발전하며 새로운 용어를 쏟아내는 첨단 정보화시대에 그 영혼이 없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느라 팔을 걷어붙일 것이 아니라 새로 생긴 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언어 속에는 정신과 민족혼이 깃들어 있는 것이며

그것을 소홀히 여기는 민족에게 밝은 미래가 그닥 보이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