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국인이라면 애틋한 전설이 서린 1,300년 된 ‘에밀레종’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에밀레종’은 처음에 봉덕사에 달았다고 해서 ‘봉덕사종’이라고도 하며, 공식이름으로는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鍾)”인데 국보 제29호로 지정되었고, 국립경주박물관 마당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큰 종으로 높이 3.66m, 입지름 2.27m, 두께 11∼25㎝이며, 무게는 1997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정밀측정한 결과 18.9톤으로 확인되었지요.
오래 전 ‘한국의 범종’이라는 이름의 녹음테이프 하나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여러 종소리가 녹음돼 있었지만 그 가운데 “성덕대왕신종”의 울림을 듣고는 다른 종소리는 깊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덕대왕신종” 종소리는 아래쪽으로 깔리면서 깊고 그윽한 소리를 내는데 듣는 이의 정신을 혼미하게 할 정도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사선으로 투시해서 본 결과 보통의 종들과 달리 종신 안에는 기포 하나 없이 매끄럽게 주조되었으며, 종신(鐘身)의 모든 부분이 균일한 두께를 하고 있었다고 하지요.
1970년대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이 박정희신종을 만들어 바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불국사에 걸려있는 이 종은 소리가 고르지 못하고 항상 웅웅거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주박물관 전문가들이 실측을 해보니 종 두께가 고르지 못했으며, 기포도 많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려 1,300년도 넘은 옛날에 만든 종을 현대과학이 흉내도 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이 종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녹음해서 누리집에 올린 덕분이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