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足凍姑撤尿(족동고철뇨) 언 발에 오줌 누어 무엇하랴?
須臾必倍寒(수유필배한) 금방 반드시 배나 추워질 것인데
今䄵糴不了(금년적불료) 금년에 환곡을 갚지 못했으니
明年知大難(명년지대난) 내년은 큰 곤란함 알 수 있겠네
이 시는 18세기 후반기의 대표적인 조선 실학자로 호가 초정(楚亭)인 박제가(朴齊家: 1750~1805)가 함경도 종성 지역의 문물과 풍속을 다룬 연작시(連作詩) <수주객사(愁洲客詞)>의 일부분입니다. 언 발에 오줌을 눈다고 따뜻해질 수 있을까요? 아니 잠시 따뜻해질 뿐 금방 발이 얼어버릴 것입니다. 올해 환곡(還穀)을 갚지 못했으니, 내년에는 얼마나 더 큰 시련이 닥칠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시구를 보면 살림이 어려워 환곡을 받아도 금방 먹어 버려 흔적도 없고, 환곡을 갚아도 형체가 없습니다. 탐관오리들이 백성에게 얼마나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고 백성의 재물을 억지로 뺐는지 심지어 우물까지 독점하여 물도 세금 내고 먹어야 한다고 한탄합니다. 박제가는 청나라의 풍속과 제도를 시찰하고 돌아와서 그 견문한 바를 쓴 책 《북학의(北學議)》를 썼는데, 당시 조선의 근본문제가 가난이라고 보고, 백성을 부유하게 하고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방법으로 국제무역을 통한 소비의 확대로 국내 상업을 발전시키고 외국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여 국부를 이루자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