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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주권과 식량전쟁

[정운복의 아침시평 4]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농부아사침궐종자(農夫餓死枕厥種子)”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농부는 굶어죽더라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는 뜻이지요.

아무리 궁핍하더라도 내년에 심을 종자는 남겨둔다는 의미랍니다.

 

그런데 요즘엔 그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씨앗을 종묘상에서 구입해 쓰지 않고는 다수확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토종 씨앗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한 작물의 씨앗을 포기하고

외래종을 선택하는 이유는 수확량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해마다 거액의 돈이 외국의 종자상으로 흘러 나갑니다.

심지어는 유전자를 조작하여 씨앗이 싹트지 못하게 불임씨앗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도 있어

국부의 유출이 심각한 것이 현실입니다.

 

옛날 어릴 적에는 자주감자가 대세였습니다.

길쭉길쭉 한데다 크기가 작고 생으로 먹으면 아주 아린 맛이 나는 감자이지요.

그 감자는 껍질이 두꺼워서 집집마다 달챙이 숟갈이라고 부르는

반쯤 달아 없어진 숟가락으로 껍질을 벗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하얗고 매끈매끈한 외래 감자가 들어오더니

그 토종감자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요즘은 토종감자를 보기가 하늘에 별달기만큼이나 어렵지요.

 

랜드레이스 요크셔 햄푸셔 피어트레인...

모두 돼지의 이름입니다.

이들은 성장이 빠르거나 육질이 좋아서 토종 돼지를 밀어내고

우리나라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들이지요.

 

오늘 우리의 밥상을 봅니다.

즐겨 먹는 빵과 국수의 밀가루는 미국에서 수입한 것이고

옥수수와 셀러드 드래싱 올리브유는 카리브해 연안에서 수입한 것이며

쫄깃한 식감의 소고기는 호주에서

식탁에 즐겨 오르는 삼겹살은 벨기에에서

과자에 들어가 있는 설탕이나 초콜릿..... 수입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겨우 25%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주식인 쌀을 제외하면 5%로 안 되니... 식량주권이라고 써 놓고 보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완제품을 수입하는 것도 이리 속이 상하는데 씨앗까지도 수입을 해야 하니

우린 껍데기만 갖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신토불이라는 구호를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고

국산 먹거리가 수입산에 비하여 비교적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그것은 유통거리가 짧아 신선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불과한 것이 많고

맛과 크기가 상대적으로 외국산에 비하여 불리한 것도 많습니다.

 

구조적인 문제이고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정신만큼은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합니다.

온난화로 인한 재해로 식량부족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고

식량주권이 식량전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보장 또한 없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