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또 오늘은 어머님께서 학질을 앓으실 날이어서 학질 떼는 방법 세 가지를 미리 했다. 하나는 주문을 외우면서 복숭아씨를 먹는 것이요, 하나는 헌 신 바닥을 불에 태워서 가루로 물에 섞어 마시는 것이요, 하나는 제비똥을 가루로 만들어 술에 담가서 코 밑에 대고 냄새를 맡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모두 옛날부터 쓰던 방법으로서 효과가 가장 좋다고 해서 하는 것이요, 어렵지도 않은 것이다.”
위는 오희문이 임진왜란 기간 9년 3개월 동안 쓴 그 일기 《쇄미록(䨏尾錄)》에 소개된 학질 떼는 방법입니다. 또 조선 후기의 문신 정재륜이 궁궐 출입 때 보고들은 것을 적은 《공사견문록(公私見聞錄)》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나옵니다. “현종이 아직 동궁이었을 때 학질에 걸린 지 10여 일이 지났다. 침이나 약, 부적이 모두 효험이 없었다. 어떤 사람이 “놀라게 하면 뗄 수 있다”고 해서 효종께서 현종을 징광루 아래에 있게 하고 궁녀를 시켜 항아리를 몰래 가지고 다락에 올라가 떨어뜨려 깨도록 했다. 또 수십 명이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면서 “궁녀 아무개가 다락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소리를 지르게 했다.“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때에는 가장 흔한 병이 학질, 이질, 감기라 했고, 지금으로 보면 그리 큰 병도 아닌 것에 백성들은 큰 고생을 했고, 죽어갔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학을 뗀다”는 말이 있었을까요? 확실한 처방이 없었으니 저렇게 놀라게 하거나, 주문을 외우면서 복숭아씨를 먹기도 했을 것입니다. 현대에도 메르스라는 전염병으로 온 국민이 전전긍긍했을 정도이니 예전엔 어땠을까 짐작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