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봄이 왔는가하면 잽싸게 여름으로 치닫는 게 요즘 날씨입니다. 슬슬 다가오고 있는 여름철에는 강한 햇볕을 막아주어 실내에 있는 사람에게는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고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도록 하는 발이라는 물건이 한옥에서는 생활필수품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경공장에 소속되어 왕실이나 중앙관청에서 쓸 발을 만들었는데 특히 남녀 사이 내외풍속과 속내를 직접 드러내기를 꺼렸던 여성들에게는 안방이나 궁궐에서 계절에 관계없이 꼭 필요한 것이었지요.
발은 가마의 문을 가리는 작은 것에서부터 집의 문을 가리는 것까지 다양한 크기로 만들었습니다. 발의 재료에는 대나무, 갈대, 겨릅(삼 껍질을 벗겨낸 속대), 달풀(물억새) 따위가 쓰였지요. 이 가운데 대나무 특히 0.7~0.9㎜ 두께의 신우대를 주로 써서 만들었는데 신우대는 3년생으로 음력 11~12월 사이에 잘라낸 것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우대를 두 달 동안 햇볕과 이슬 맞히기를 반복한 다음 발을 엮는데 보통 만 번 이상의 손이 가야할 만큼 발 제작에는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발을 만드는 장인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14호 염장(簾匠)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발에 새기는 무늬는 囍(쌍희)자, 福(복)자, 卍(만)자 등 수복강녕(壽福康寧)을 다타내는 길상문자무늬가 즐겨 쓰였는데, 양쪽 귀에 매듭을 드리워 멋을 내기도 하였지요. 삼국시대 이후 생활의 필수품이었던 발은 1970년대 이후 한옥이 사라지면서 그 쓰임도 급격히 줄어들어 발을 만드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오늘날에는 전남 담양과 경남 통영 등 일부 지역에서만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