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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안평대군의 꿈, 안견 손끝서 “몽유도원도”로 피어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54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깊은 잠에 빠져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박팽년과 함께 산 아래 이르니, 우뚝 솟은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가 있고, 복숭아나무 수십 그루가 있습니다. 오솔길의 갈림길에서 서성이는데 어떤 이가 나타나 북쪽으로 가라고 일러줍니다. 그가 가르쳐 준 대로 말을 몰아 기암절벽과 구불구불한 냇가 길을 따라 갑니다. 골짜기를 들어서니 탁 트인 마을에 꽃이 활짝 핀 북숭아나무 숲이 있었습니다. 한 눈에 무릉도원임을 알아차립니다. 두루 즐거워하던 중, 홀연 꿈에서 깨어납니다.”

 

이는 세종대왕의 셋째아들 안평대군이 꾼 꿈입니다. 꿈을 잊지 못한 안평대군은 화원 안견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고, 안견은 사흘 뒤인 423일에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를 완성했습니다. 그림은 중국 무협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암절벽이 등장하고, 그 험준한 바위와 계곡은 안에 복숭아밭을 품고 있습니다. 안개 자욱한 언덕에는 복사꽃이 활짝 피었고, 띠풀로 엮은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지요. 두 줄기로 쏟아지는 폭포수와 함께, 물에는 출렁이는 빈 배도 보입니다. 현실경과 이상향이 함께 있는 꿈속의 낙원. 현동자(玄洞子) 안견이 1447년 그린 걸작이지요.



 

안평대군은 안견의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몽유도원도라는 제목을 두루마리의 앞부분에 직접 썼을 뿐더러, 성삼문, 박팽년, 신숙주, 서거정, 정인지는 물론 김종서, 박연에게까지 찬문을 부탁해 써둡니다. 그리고 3년 뒤인 1450년 안평대군은 이 작품을 꺼내어 다음의 시 한편을 짓습니다. “이 세상 어느 곳을 도원으로 꿈꾸었나 / 은자들의 옷차림새 아직도 눈에 선하거늘 / 그림으로 그려놓고 보니 참으로 좋을시고 / 즈믄해를 이대로 전하여 봄직하지 않은가 / 삼년 뒤 정월 초하룻날 밤 치지정에서 다시 펼쳐 보고서 시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