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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흰구름 속에 온 봄, 굳이 시를 쓸게 뭐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54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未到雙溪寺(미도쌍계사) 쌍계사에 이르기 전에

先逢七寶僧(선봉칠보승) 먼저 칠보암 스님을 만났네

僧乎從我否(승호종아부) “스님, 저를 따르시겠소?

春入白雲層(춘입백운층) 봄이 층층의 흰구름 속에 왔다오


 

이는 송강(松江) 정철(鄭澈, 1536~1593)제쌍계설운시축(題雙溪雪雲詩軸)”이라는 제목의 설운 스님 시축에 쓴 시입니다. 정철은 쌍계사에 이르기 전에 칠보암 스님 설운을 만났습니다. 스님이 시를 써달라고 하니, 정철이 말합니다. “스님, 저나 따라오시지요. 저 층층의 흰 구름 속에 이미 봄은 있는데, 굳이 시를 쓸게 무에 있소.”라고 말합니다. 마지막 구절에 출세를 상징하는 청운(靑雲)이 아니라 은자를 상징하는 백운(白雲)을 썼습니다. 스님의 이름인 운()자를 써서 시를 마무리하는 묘미가 있습니다.

 

정철은 학문이 깊고 시를 잘 지어 우리 문학 사상 불후의 명작을 남겨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의 입에 회자되고 있는 문인이지요. 정철이 지은 시조 가운데 퍼붓는 소나기에도 연잎은 젖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있어 그가 누구인지 잘 알게 해줍니다. 숙종 때 김만중(金萬重)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관동별곡사미인곡속미인곡을 일컬어 예로부터 좌해(左海 , 조선의 또 다른 이름)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라며 정철의 가사 작품을 절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