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4월의 하늘이 몹시도 푸르른 하와이의 봄날! 아름다운 꽃다발 한 아름을 안고 물어물어 저는 지사님 무덤을 찾았습니다. 부군 되시는 이동빈 선생님과 나란히 묘비석을 사이에 두고 지사님은 잠들어 계셨습니다.
저는 지난 4월 13일부터 21일까지 지사님을 비롯하여 하와이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찾아 호놀루루부터 시작하여 와이파후에 있는 사탕수수 자료관 까지 돌아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지금이야 8시간이면 닿는 땅이지만 지사님이 그곳에 도착하던 1916년은 배편으로 한 달이나 걸려 도착할 수 있는 먼 곳이었지요. 지사님은 당시 1916년 6월 21일 호놀루루항에서 입국 비자를 받을 때 홀몸이 아니라 세 살 난 딸 옥희와 함께였습니다. 어린 딸과 함께 긴 항해를 하시면서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을 가졌을지 상상도 하기 어렵습니다.
그뿐인가요? 이미 조국은 일제의 마수에 넘어간 상태라 떳떳한 한국인의 여권이 아닌 일본제국의 여권으로 하와이 땅에 발을 디뎌야했으니 더더욱 가슴이 아팠을 것입니다.
지사님 무덤을 찾아가기 전 저는 지사님의 외손자이신 티모시 최 선생님을 하와이대학에서 뵈었습니다. 티모시 최 선생은 외할머니인 지사님의 인품에 대해 말씀해주었습니다. 굉장히 활달하시고 생활력이 강하셨으며 말보다 실천을 앞세우신 분이었다는 말씀을 들으며 뵙지는 못했지만 머리 속에 지사님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특히 지사님께서 조국을 떠날 때 챙겨간 각종 졸업장과 상장 등은 현재 하와이대학 한국학연구소에 보관되어 당시 학제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니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닙니다.
전수산 지사님!
지사님은 하와이로 건너가 1919년 4월 1일 하와이 호놀루루에서 창립된 대한부인구제회 회원이 되어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독립자금 지원과 조국의 애국지사 가족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습니다. 무릇 모든 활동에는 자금이 필요할진대 그 중차대한 독립자금을 하와이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솔선수범하여 모았으며 그 맨 앞에 지사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숙연했습니다.
하와이는 와이키키 해변 등 지상낙원으로 알려져 지금도 관광객들이 몰려가고 있지만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나라를 잃고 이역만리 남의 땅에서 빼앗긴 조국의 독립운동에 초석을 놓으신 지사님의 삶을 되새겨보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지사님의 무덤 앞에 꽃을 바치며 그 후손으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새삼 하면서 지사님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2017. 4. 24. 이윤옥 올림
*전수산 지사 무덤: Diamond Head Memorial Park, 529 18th Evenue, Hawaii 96816, 무덤위치 : D-79-1(전수산 지사), 3(남편 이동빈 선생), 공원묘지전화: 808-734-1954
이 윤 옥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세계문인협회 정회원. 시집으로는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고 있는 『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6권, 영문판 한국여성독립운동가 시집『41 Heroines, flowers of the morning calm』, 『FLOWERING LIBERATION -41 Women Devoted to Korean Independence』등이 있으며 친일풍자시집 『사쿠라 불나방』과 우리말 속의 일본말찌꺼기를 다룬 『사쿠라 훈민정음』,『오염된 국어사전』,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