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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거리

하시마탄광을 다룬 영화 <군함도>, 가슴이 미어졌다

영화 <군함도. 관람평

[우리문화신문= 이한영 기자] 하시마탄광이라고하면 불교에서 말하는 아비지옥(阿鼻地獄), 무간지옥(無間地獄)을 떠오르게한다. 섬 모양이 군함을 닮았다고하여 <군함도>라는 이름이 붙은 이 섬은 나가사키항에서 18km 떨어진 곳으로 1887년부터 1974년 까지 석탄 채굴을 하던 곳이다. 이 탄광을 소재로한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가 곧 상영을 마칠 예정이라고해서 어제 열일을 제치고 영화를 보고 왔다.

 


영화 상영 시간 내내 탄광의 칙칙함과 검은 불빛, 조선인 채탄부들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탈출 시도, 이를 감시하던 일본인들의 총성과 피 튀기는 저항 등등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전형적인 탄광 모습이지만 조선인들의 강제노동의 현장이라 영화 상영 내내 무거운 마음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하나의 거대한 섬 군함도에는 채탄장이 있고 여기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한 학교, 이발소, 병원, 무도장, 영화관 등등을 갖춘 여러 시설이 있다. 그것은 마치 중국 하얼빈 평방지역에 자리한 과거 일본군 731부대를 연상한다. 악명 높은 세균실험실을 갖춘 이 731부대 안에도 군함도와 같은 시설들이 빼곡하다. 이 두 시설의 닮은 점은 이곳에 들어가면 죽기 전에는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다는 점을 떠올리며 영상 속의 인물들에 주목했다.

 

각기 개성 있는 배우들의 연기도 연기지만 워낙 소재가 중요하다보니 <군함도>를  보는 내내 기자는 이 하시마탄광을  비롯하여 1945815일 이전, 일본의 탄광이나, 비행장 건설, 제철소, 군수공장, 방적공장 따위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렸던 조선인들의 삶이 자꾸 오버랩 되어 머릿속이 혼란스러움을 영화상영시간 내내 느껴야했다.



 


<군함도>에서의 강제노동은 책 한권, 영화 한편으로 다 그릴 수 없는 비참하고 참혹한 일이었다. 기자는 큐슈의 치쿠호 탄광 등에서 하시마탄광(군함도)과 똑같은 환경아래서 강제노동으로 숨져가야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취재했던 경험이 있어 <군함도>의 내용이 누구보다도 더 실감있게 느껴졌다.

 

거대한 탄광 섬 <군함도>에는 일제강점기 때 인구밀도가 수도 도쿄의 9배가 넘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던 곳이다. 탄광이나 금광이 활황기 때에는 언제나 광부와 그 가족들 그리고 돈벌이를 찾아 몰려든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게 마련이다. <군함도>가 단순한 일본인들의 돈벌이 장소였다면 오늘날 우리가 구태여 주목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이곳에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로 끌려가 허리 한번 펴보지 못하고 탄을 캐다 숨져 간 곳이기에 주목해야 하는 곳이다. 영화는 그 탄광 섬에 조선인들이 어떻게 건너가서, 어떻게 탄을 캐다, 어떻게 죽어갔는가를 말해준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백문이불여일견임을 대변한다. 사실에 입각한 꽤 공들인 영화라는 생각이다.

 

해저 700m에 있는 지옥 같은 탄광, 허리조차 펼 수 없는 갱도에서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채탄작업에 동원된 조선인들의 몰골은 말이아니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살아나가야 한다는 의지의 눈동자가 유독 잊히지 않는다.



 


지하갱도에서 벌어지는 살인적인 채탄 작업의 고통을 어찌 영상으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느냐만 죽음의 공포보다 무서운 것은 배고픔이라는 증언이 많다. 영화 <군함도>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14살에 군함도에 연행되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72살로(2001) 숨을 거둔 서정우 씨도 극심한 배고픔과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까지 받아가며 사투를 해야 했던 일이 가장 고통스런 일이었다고 했다.

 

영화는 지옥의 탄광섬을 사투 끝에 빠져나오는 조선인들의 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그리고 검은 화면 가득 일본정부가 이곳 군함도를 명치일본의 산업혁명유산으로 20158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했다는 안내글을 내보내며 끝을 맺고 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하시마탄광(군함도)'귀중한 해저탄광 유적',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관광자원화 해도 좋은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긴 일본인들에게 거대한 시멘트 콘크리트 탄광 흔적은 위대한(?) 유산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른다. 다만 그 한 귀퉁이에 고국땅을 그리며 노예처럼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조선인, 중국인 등도 있었다는 것을 한줄 기록으로라도 남기는 성숙한 이웃나라였으면 하는 바람을 하면서 영화관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