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毋將一紅字(무장일홍자) ‘홍(紅)’자 한 글자만을 가지고
泛稱滿眼華(범칭만안화) 널리 눈에 가득 찬 꽃을 일컫지 말라
華鬚有多少(화수유다소) 꽃 수염도 많고 적음이 있으니
細心一看過(세심일간과) 세심하게 하나하나 살펴보게나
이 시는 위항도인(葦杭道人) 박제가(朴齊家, 1750 ~ 1805)가 쓴 ‘위인부령화(爲人賦嶺花)’라는 제목의 한시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꽃은 ‘붉다’라는 생각만 가지고 눈에 보이는 모든 꽃들을 판단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박제가는 꽃에도 다양한 빛깔이 있고, 또한 꽃에서 잘 보이지 않는 섬세한 부분인 수염의 경우에는 많은 것도 있고 적은 것도 있다면서 꽃은 수염들부터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시는 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세상만사와 만물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통념을 꾸짖는 것입니다. 지금 현대인들도 자기가 생각한 것이 무조건 진실이라고 우기며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특히나 잘못된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분명한 사실까지도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꽃들은 빛깔은 물론이고 수염이 많고 적은 것부터 다양한 종류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박제가는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