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익숙한 사물일지라도 그것을 달리 보려는 시선과 사유로부터 새로운 예술의 지평은 열린다.’ 이번 <생각하는 사진>의 전시는 위와 같은 명제에서 출발했다. 20여 명의 사진가들이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던 사물들을 다르게 보기의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사물의 형상만이 아닌 정신적 실체를 탐색하고자 시도하였다.
<생각하는 사진>은 ‘사진을 매개로 사유하는 사진집단’을 표방하며, 10년 넘게 현장사진(스트레이트 포토)과 연출사진(스테이지드 포토), 아날로그 필름과 디지털 사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사진그룹이다. 사진가 장일암을 중심으로 여러 명의 사진가가 하나의 주제로 1년 동안 작업을 하고, 그렇게 모인 결과물로 매해 기획전을 연다. 저마다의 ‘다름’을 바탕 삼아, ‘하나의 주제를 생각하는’ 사진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번 전시 <사물과 정신>에 참여한 사진가들은 권문수, 김찬, 란이야, 박병록, 박선경, 박재영, 신은영, 앤드류 강, 이송연, 이주리, 이진경, 정연심, 추정효, 황하율 등 모두 20명이다.
이진경은 ‘Home, Sweet Home’이라는 제목의 작업을 통해, 버려진 식료품 포장재들이 새로이 어떤 의미를 드러내는지를 살폈다. 황하율은 물질 만능과 형상을 쫓는 현대인의 고독과 공허함에 관한 사유를 ‘색즉시공’ 작업에 담았다. 앤드류 강은 사물이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보다 바라보는 사람의 주관에 의해 상반된 감정을 일으키는 현상을 ‘쾌(快)’ 작업으로 고찰하였다. 김찬은 풍선이라는 사물이 지닌 특성을 인물들에 적용해 ‘Balloon Talks’ 연작을 만들었다. 지난해 키보드의 배열에 주목했던 란이야는 이번에도 역시 키보드를 대상으로 하되, 일반에게 익숙한 여러 특수키들의 기능을 익숙지 않은 방식으로 바라보고 표현하였다.



여러 사진가가 함께 작업한 ‘공동 프로젝트’는 개별적인 작업과는 또 다른 관람의 재미를 선물한다. <사물과 정신>이라는 주제 안에서 자유롭게 선택했던 대상과 기법의 범위를 더욱 좁혀서, 여러 명의 사진가가 하나의 대상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거나 다른 대상을 열 영상카메라라는 하나의 기법으로 촬영한 것이다. 전자는 공동프로젝트 제목 ‘고추를 바라보는 16가지 시선’ 이고 후자는 ‘열과 사진’이다.
이번 전시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수의 사진가들이 참여함으로써, ‘생각하는 사진’ 그룹 10년의 힘을 드러내 보인다. 전시 <사물과 정신>은 3월 10일부터 류가헌 1관과 2관을 합친 전관에서 전시가 열리며, 첫 주와 두 번째 주에 각각 10인 작가의 작품이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진다.
문의 : 02-720-2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