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롯데갤러리 잠실 에비뉴엘 아트홀에서는 미술과와 그래픽 디자인, 인테리어에서부터 브랜딩, 트렌드 조사, 전시와 축제 기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예술적 표현의 영역을 확장해온 동시대 예술가 그룹 더블유티에프엠의 대표 작가 펜킹과 케이웨일의 <러닝 프로세스>전을 연다. 학창 시절 친구였던 두 사람은 각각 패션, 순수미술과 제품디자인, 인테리어를 전공한 뒤, 펜킹은 예술가이자 삼화가(일러스트레이터)로서, 케이웨일은 가구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개인 작업을 이어가다가, 2016년 친구이자 예술작품 수집가였던 김범주와 함께 더블유티에프엠이라는 그룹을 결성하였다.
왓더펀맨에서 비롯된 그룹명에서도 알 수 있듯, 펜킹과 케이웨일은 무엇보다도 즐거움의 가치를 추구하며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성의 취향과 틀에 박힌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예술적 변화, 가능성에 도전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담은 활동들을 해오고 있다.
다른 누구로부터 요구 받지 않는 즐거움, 자신다움을 추구하는 펜킹, 케이웨일
두 작가의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 러닝 프로세스전
펜킹과 케이웨일의 첫 2인전이라고 할 수 있는 <러닝 프로세스>전에서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가로서 두 영역의 섞임에서 오는 새로운 긴장감을 담은 회화, 조각 및 설치작품 약 40여 점을 선보인다. 이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러닝 프로세스’란 어떤 절정에 이르기 위한 기술적인 실험과 도전이기보다는, 오히려 ‘자신다움’을 찾아가기 위한 방법론적 태도에 가깝다. 가령 충동적이고 호기심 많던 유년기와 치기 어린 감상과 행동, 오만한 허세로 세상을 대면했던 10대를 지나 조금씩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는 삶의 힘을 빼고 시간과 열정을 다루며,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법을 알아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맞이하며 무언가를 끊임없이 새롭게 접하고 배우고, 변화하는 ‘러닝 프로세스’를 겪는다. 바로 펜킹과 케이웨일에게 <러닝 프로세스>전은 다른 누구로부터 요구받지 않는 멋과 즐거움을 추구하며 가장 자신다운 것을 찾아가려는 시도와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이 있더라도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태도, 곧 자신들의 현재진행형의 모습 그대로를 담은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빛바랜 낙서의 흔적들,
해체주의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가구와 조명, 일상의 사물들이 만드는
강렬하면서도 낭만적인 거리 감성
이번 전시에서 펜킹은 자신을 둘러싼 인물과 사건, 관계, 사회에 관한 이야기와 그 시간 속에 녹아 있는 자기 감응, 감정의 변화를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통해 선보인다. 일기를 쓰듯, 자신에게 경고하듯 화면 위에 남긴 글과 그림들은 물감이나 종이ㆍ천과 같은 여러 가지 재료들의 붙이기(콜라주)에 의해 덮이고, 다시 그 위에 또 다른 의도가 남겨지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결국은 빛바랜 듯 희미해지거나 이질적인 재료들과 섞이어 번지거나, 혹은 전혀 다른 이미지로 바뀐다.


이는 마치 내면의 무의식적인 감정과 사고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느 것은 희미해지고, 또 다른 것은 갑자기 강렬하게 짙어지는 것과도 같다. 주로 파랑, 분홍, 보라색이 서로 뒤엉켜 팽팽하게 밀랍처럼 가득 채워진 펜킹의 화면은 시각적으로 강렬하면서도 추상적 힘으로 충만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한편 케이웨일은 서로 다른 기원을 가지는 가구와 일상의 사물들을 수집하여 이를 부수거나 조각내고, 다시 놀이하듯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우연과 필연 사이의 조화로움과 균형을 찾아가는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특히 공장에서 제작된 규격화되고 가장 단순화된 산업형광등과 형광튜브를 조합하여 만든 거대한 샹들리에는 소재적인 측면과 압도적인 덩어리감, 수직적 구성이 주는 긴장감에도 빛에 의한 선과 간격, 율동 그 자체로 공간을 보다 시적이며 낭만적으로 변모시킨다.
전시장 곳곳을 점유하는 샹들리에들로부터 발산되는 빛은 벽에 걸린 회화작품의 철제 프레임에 반사되면서 2차원의 평면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이와 더불어 본 설치작업에는 반응 감지기가 있어 관람객의 움직임을 읽고 그 동선의 흐름에 따라 샹들리에의 조명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게 되는데, 이는 마치 음(音)의 길이와 높낮이가 다르듯이 공간 내에 시각적 변화와 심리적 감동을 만들어낸다.
미술과 디자인, 갤러리와 거리 등 그 사이의 경계에서
다양한 장르와 주제, 재미있고 과감한 도전,
솔직하고 꾸밈없는 소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펜킹과 케이웨일


최근 소유보다는 경험이 중요해진 문화소비 경향 속에서 그 경험의 정점에서 최고의 즐길거리는 바로 ’미술’이다. 미술을 중심으로 디자인, 패션, 건축, 음악 등 예술 장르 간의 경계와 역할이 점차 희미해지고, 순수예술과 상업예술, 하위문화 등의 위계 역시 허물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더블유티에프엠의 펜킹과 케이웨일은 미술와 디자인, 갤러리와 거리 등 그 사이의 미완의 경계에서 스스로 어떤 장르와 영역 안에 국한시키려 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주제, 재미있고 과감한 도전, 솔직하고 꾸밈없는 소통의 가치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들이 지닌 예술적 표현의 확장성은 나라 안팎 갤러리, 미술관 전시뿐 아니라 다수의 브랜드와의 협업(코오롱 Fnc, 뉴발란스, NBA, VANS 등), 공공프로젝트(서울시 Y밸리 프로젝트) 등을 비롯하여 벽화 프로젝트, 어반 스트리트 컬쳐 컨벤션(WTFC, 2019) 등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활동들과 신선한 이슈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하고 창조적인 차원에서 소통하는 동시대 미술의 자유로운 생산성이 우리의 의식과 감각을 깨우고 꿈꾸게 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