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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내 안에 들인 ‘길들인’ 길에 대한 그리움

민재민 사진전 <까미노 블루>, 5월 12일부터 류가헌에서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길들이다’라는 말은, 밖에 있는 길을 안으로 들여놓는다는 표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까미노(Camino)’를 다녀온 사람들은 그 길을 자기 안에 들인다. 걷는 동안 오래된 길과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길들여지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 안에 들여진 길은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도 잊히지 않고 하나의 그리움이 된다. ‘까미노 블루(Camino Blue)’가 된다.

 

‘까미노’로 불리는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접경지역에서부터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향하는 약 800km에 달하는 이 길은, 시작된 역사가 천년이 넘는다. 처음에는 가톨릭 신자들의 순례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신자들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많은 사람이 한 번쯤 걷기를 희망하는 길이 되었다. 199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사진가 민재민은 2018년 9월, 250km에 이르는 까미노 일부 구간을 찬찬히 오래 걸었다. 혼자 걷는 시간이 많았고, 걸으며 침묵하며 생각을 덜어냈다. 푸른 하늘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구릉과 지평선을 바라보며, 서쪽으로 서쪽으로 걷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새벽에 출발하는 순간부터 손에 든 카메라를 노을이 질 때까지 놓지 않았고, 붙잡고 싶은 순간이면 셔터를 눌렀다. 그럴 때마다 어떤 기억(Memory)들을 지우러 온 길 위에서 또 다른 길이 저장(Memory)되었다.

 

그때 누군가가 그랬다. 어쩌면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나면 '까미노 블루'를 앓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평선과 맞닿아 끝없이 펼쳐지는 까미노의 파란 하늘을 이르는가 싶지만, ‘블루(Blue)’가 영어권에서는 우울한 기분을 나타내는 형용사로도 쓰인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돌아온 이후 오래도록, 까미노 길이 그립고 다시 가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럴 때면 강원도 바우길과 제주 올레길 등 길들을 찾아서 또 걸었다. 그렇게 여러 길을 또 자신 안에 들이는 동안 서서히 ‘까미노 블루’가 가라앉고, 두 다리만큼이나 마음도 단단해졌다. 이제는 당시의 기억들을 어떤 고백과도 같이, <까미노 블루>라는 이름의 전시와 책으로 내보일 수도 있게 되었다.

 

‘길’의 여러 풍경들을 중심으로 한 <까미노 블루>는 아직 까미노를 모르는 사람, 언젠가는 까미노를 걷겠노라 마음 안에 그 길을 들인 사람, 이미 다녀와 길든 사람 모두에게 까미노의 여정 안에 드는 선물 같은 전시가 될 것이다.

 

민재민 사진전 <까미노 블루>는 5월 12일부터 2주간 류가헌 2관에서 열린다.

 

문의 : 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