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이렇게 해서 우리는, 너무 일찍 영화계를 방문했고, 마치 '1인 군대'처럼 분투하다가 시대적 한계에 등 떠밀려 사라졌던 한 '신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전 한국영상자료원장 조선희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시대인 동시에 봉건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예술이 싹텄던 한국전쟁 뒤, 그 격동의 시절 등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에 주목한다. 박남옥은 태어난 지 6달 된 아기를 업은 채 수많은 배우, 스태프의 점심밥까지 손수 차려가며 훗날 한국영화계의 한 획을 그을 영화 <미망인>을 남겼다.
그녀는 시련과 절망 속에서도 자신이 동경하던 영화를 포기하지 않고 ‘레디-고!’를 외쳤다. 비록 시대와는 불화(不和)했지만, 자신의 실패가 언젠간 누군가에게 큰 길이 되어줄 것이라 믿었다. <명색이 아프레걸>에서는 영화 <미망인>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박남옥이 촬영기사 김영준과 함께 찾아가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 시절의 진솔한 풍경뿐 아니라 예술에 대한 욕망과 현실, 그리고 모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분열되어 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김광보 연출, 고연옥 작가가 국립극장 기획공연 <명색이 아프레걸>에서 다시 뭉쳤다. <인류 최초의 키스>, <발자국 안에서>, <프로즌>, <주인이 오셨다>, <웃어라 무덤아> 등 탄탄한 화제작을 남긴 최고의 연극 단짝 김광보 연출과 고연옥 작가가 <명색이 아프레걸>을 통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두 예술가는 동시대 사회에서의 현안, 사회문제를 작품 속에 깊이 있게 투영하면서도 연극적 재미를 동시에 갖춰 관객들을 매료하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다.
<명색이 아프레걸>은 9년 만에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ㆍ국립무용단ㆍ국립국악관현악단이 합동으로 참여하여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들이 보여줄 박남옥의 이야기는 여성서사라는 좁은 의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전쟁 후 그 혼란 분열 속에서 끌어올린 우리의 정신과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게 할 것이다.
오는 12월 23일부터 내년 1월 24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는 시대를 앞서간 여성,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을 그린 국립극장 연말기획공연 <명색이 아프레걸>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시간은 화ㆍ목ㆍ금 저녁 7시 30분, 수ㆍ토ㆍ일 낮 3시며, 매주 월요일과 1월 1엔 공연이 없다. 입장료는 R석 5만 원, S석 3만 5천 원, A석 2만 원이고, 공연에 관한 문의는 전화 02-2280-4114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