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오는 6월 22일 열리는 서울옥션 <제161회 미술품 경매>에는 겸재 정선(1676-1759)의 <동작진(銅雀津)>이 출품된다. 동작진은 지금의 동작대교가 있는 곳으로 조선시대 한강변 나루터 중 하나였다. 출품작은 고운 비단 위에 부드럽고 섬세한 필치를 가해 차분한 느낌을 주면서도 강변의 경치를 맑게 표현하였다. 산을 부드럽게 쓸어내려 양감을 주고 주변을 둘러싼 경물들은 짧은 선으로 꼼꼼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겸재의 수많은 진경산수 가운데서도, 특히 조선의 도성인 한양 남쪽을 떠받치고 있는 한강변 풍경을 그린 출품작 <동작진>은 겸재의 무르익은 필치와 작품세계를 그대로 대변한다. 경매 추정가는 1억 5천만~3억 원이다.


또한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의 서예가이자 화가 해강 김규진(1868-1933)의 세로 1m, 가로 3m가 넘는 대작 <해금강총석도(海金剛叢石圖)>(1920)도 이번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는다. 출품작은 크고 높은 총석들을 화면 중심에 배치하고 전경을 수평으로 긴 화면에 펼쳐 그렸다. 해강이라는 호 말고도 만이천봉주인(萬二千峰主人)이라는 별호를 쓸 정도로 금강산에 애정이 깊었던 그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창덕궁 희정당에 걸린 조선의 마지막 궁중장식화의 초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매 추정가는 3억 2천만~5억 원이다.
그밖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이중섭ㆍ김환기ㆍ백남준의 작품도 출품된다. 먼저, 한국 근대미술의 대표적인 화가 이중섭(1916-1956)이 말년에 그린 <가족>(1954)도 선보이는데 ‘가족’은 이중섭이 즐겨 그리던 소재이지만, 이번 경매의 출품작은 화면의 리듬과 이중섭의 선묘와 색채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중섭의 그림들 대부분이 인물과 동물들의 신체가 서로 얽혀있는데, 반해 출품작은 각각 독립적으로 배치돼 있으며, 인물들 간의 얽힘을 연한 하늘색 선의 휘두름으로 대신했다. 경매 추정가는 별도문의다.


또,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환기(1913-1974)는 1963년 10월, 상파울로 비엔날레에 참여한 뒤 뉴욕으로 건너가 정착하여 그곳에서 작가 작업세계 중 가장 중요한 전면 점화 추상회화를 선보인다. 일명 무지개색 점화로 불리는 이번 출품작 <27-XI-71 #211>(1971)은 무수히 반복된 리드미컬한 점의 향연이 캔버스에 스며들어 다양한 색감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경매 추정가는 30억~45억 원이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멀티모니터들이 쌓아 올려져 타워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백남준(1932-2006)의 <Tower>(2001)다. 출품작은 앤틱 캐비닛 안에 각각 TV가 놓여 있고, 캐비닛 사이 네온 조명을 설치해 작품에 색감을 더했다. 붓과 캔버스를 대신한 백남준의 브라운관에는 다양한 예술의 경계가 구분 없이 어우러진 영상이 흘러나온다. 모니터 속 영상들은 다양한 퍼포먼스와 기승전결의 스토리라인 없이 강렬한 이미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송출되어 화려하고 리듬감 있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경매 추정가는 14억~18억 원이다.


이번 경매에서는 한국 거장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나라 밖 걸작도 출품된다. 먼저, 당대 사조를 답습하지 않고,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형성해 간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작품 <Le couple au-dessus de Paris>(1980s), 게르하르트 리히터(1932-)의 <Fuji (839-94)>(1996), 현대 일본 미술을 이끄는 작가 야요이 쿠사마(1929-)의 작품 <Silver Nets (BTRUX)>(2014)도 눈길을 끈다.
이번 경매를 진행하는 서울옥션은 1998년 설립된 국내 첫 미술품 경매 회사로, 창사 이래 지속해서 시장 점유율과 경매 기록 면에서 한국 미술 경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08년 한국 미술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하고 홍콩법인을 설립하였으며, 매년 서울은 물론 부산과 대구 그리고 홍콩에서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자세한 문의는 전화(02-2075-4490)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