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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가을을 손짓하는 하늘하늘 춤추는 머리새(수크령)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수크령' 이란 풀이 있다. 그냥 이름만 들어가지고는 외래어 같이 느껴지는 이 풀은 시골에서 흔히 보는 풀이지만 도시에서는 공원에 모셔진 귀한 몸(?)이다.  일산 호수공원 , 특히 호수가 보이는 아름다운 화장실 앞 화단에서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자세히 보면 여우 꼬리 모습을 한 이 꽃이름의 유래가 궁금하다.

 

"수크령이란 이름이 있기 이전에 ‘길갱이’란 한글명이 기재된 바 있다. 아마도 선조들은 길가에서 힘세고 질긴 놈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19세기 초 《물명고(物名考)》에는 수크령을 지칭할 것으로 추정되는, 그러나 지금은 사라져버린 우리 이름이 있다. ‘머리새’라는 한글명이다." 

                                                                        -《한국식물생태보감 1, 2013. 12. 30., 김종원》- 

 

김종원 교수의 《한국식물생태보감 1 》은 기자도 사서 곁에 두고 보는 식물도감으로,  이 책은 식물의 속성과 이름의 유래 등 기존의 식물도감에서 볼 수 없는 맛깔스런 책이다. 그래서 이름을 식물도감이 아니라 식물생태보감이라고 지었나 보다. 

 

김종원 교수는 수크령이란 암크령과 한 쌍으로 보고 있는 식물로 중국 한자명 낭미초(狼尾草)는, 개(狗)가 아니라 이리(狼, wolf)의 꼬리를 닮은 풀이라고 풀었다.

 

 

수크령은 생김새가 강아지풀과 비슷하지만 휠씬 키가 크고 꽃차례도 크고 색도 진하다. 마치 강아지풀을 부풀려 놓은 듯 하다. 볏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그령'이 있는데 이를 '암크령'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이꽃들이 암꽃, 수꽃의 관계는 아니고 수크령이 그령처럼 여기저기 많지만 휠씬 억세고 꽃이삭의 모양이 남성스러워 숫그령이라 하였고 이 수그령이 변해 수크령이 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그리고 그령은 '그러매다'(두 끝을 당기어 매다)를 어원으로 '그렁'이 '그령'으로 변했다고 한다.

 

하늘 하늘,  무리지어  머리새(수크령)가 손짓하는 모습이 초가을임을 느끼게한다. 그나저나 이 '수크령'이란 풀을 사진으로 직접 보지 않고 글로 풀이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아쉬운 점이 있어 소개한다. 먼저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 지식정보> “수크령 꽃“에 대한 풀이다.

 

“꽃은 8-9월에 피며 화수(花穗)는 원주형이고 길이는 15~25cm, 직경은 15mm로서 흑자색이며 관상할 만하다. 소수(小穗)의 대는 길이가 1mm 정도로서 엽축과 함께 털이 밀생하며, 일년생가지에는 한 개의 양성꽃과 수꽃이 달린다. 소수는 길이 5mm정도이고 총포모(總苞毛)는 길이 25-28mm이다. 첫째 포영은 길이 0.7mm정도로서 맥이 없으며 둘째 포영은 길이 3mm정도로서 3-5맥이 있다. 퇴화된 호영은 소수와 길이가 같고 양성꽃을 둘러싸며 7맥이 있고 양성꽃의 호영은 5맥이 있으며 내영과 길이가 같다. 수술은 3개이고 꽃밥은 길이가 3~4mm이다.“

 

화수, 소수, 욥축, 양성꽃, 수꽃, 총포모, 포영, 맥, 호영, 내영...이란 말 말고 다른 표현을 할 수는 없는지 아쉽다.  다음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다.

 

“『식물』 볏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30~80cm이며, 잎은 빳빳하고 좁은 선 모양이다. 9월에 검은 자주색 이삭이 잎 사이에서 나오는데 가시랭이와 털이 빽빽하다. 들이나 양지바른 곳에서 저절로 나는데 아시아 온대에서 열대까지 널리 분포한다.“

 

물론 《표준국어대사전》은 간략한 풀이이고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 지식정보>는 꽃부분만 풀이한 것이라서 서술이 더 상세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해도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 지식정보>의 풀이는 너무 어렵고 한자어 투성이다. 이 한자어도 일본어 식물풀이를 답습한 경우가 많다. 이런 지적은 비단 수크령만 두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시골 논두렁 밭두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크령(머리새 또는 이리꼬리풀)을 도시 공원에서 마주하고 보니 꽃이름에 대한 유래를 곱씹어 보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