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눈이 내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춤추며 내리는 눈송이에 서투른 창이라도 겨눌 것인가
아니면 어린나무를 감싸 안고
내가 눈을 맞을 것인가
울라브 하우게의 시 <어린나무의 눈을 털어주다>의 일부다. 노르웨이의 정원사이자 시인인 하우게의 시, 그 속에 담긴 눈과 바람, 비와 숲을 눈송이처럼 희고 가볍고 작은 장정의 책으로 만들어 소개한 출판사는 ‘봄날의책’이다.

이 책을 비롯해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봄날의책이 출간한 책들이 모두 ‘선물’ 같은 책이라는 게 봄날의책을 아끼는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저 먼 북구의 시를 비롯해 영미작가산문선 <천천히, 스미는>에 이르기까지 그 글들이 기존에 받아보지 못한 선물이라면, ‘가벼운 무게, 부드럽고 따스한 질감, 고요한 디자인, 사랑스러운 크기’ 등 책의 만듦새 역시 손으로 정성껏 포장한 선물을 받아든 느낌을 주는 때문일 것이다.
“‘문학’이라는 좌표를 찍고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발걸음에 대한 독자들의 응원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봄날의책 박지홍 대표는 말한다.



이번 전시 <12월의 선물, 봄날의책>은 그동안 봄날의책이 출간한 50종 가까운 책들을 중심으로, 안으로는 지나온 10년의 어제와 오늘을 톺아보고 밖으로는 전시 제목 그대로 관람객들에게 ‘12월의 선물’로 봄날의책 책들을 한 자리에 모둠해 선보이는 자리다.
노르웨이부터 일본, 독일, 미국까지 아우르는 세계시인선, 영국과 미국, 일본, 프랑스 산문들을 성실히 모은 세계산문선, 다소 낯선 포르투갈의 산문과 소설, 근현대와 현대 한국작가들의 산문을 채집한 한국산문선, 지금은 서점에 없는 절판도서들까지 만날 수 있다.


일본 산문가 우치다 햣켄의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등 여러 봄날의책 책들의 표지를 맡아온 화가 김효은의 그림과 점토 작품이 전시되며, 한국산문선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의 표지에 쓰인 사진가 노순택의 사진, 산문집 <섬> 속에 담긴 사진가 이한구의 사진 등이 함께 전시된다.
또 최근 펴낸 한국산문선 <탱자>를 사이에 두고 엮은이와 독자가 만나는 ‘탱자의 밤’, 2022년 봄 펴낼 예정 도서인 앤 카슨의 <Nox>, 캐시 송의 <사진 신부> 역자와의 만남 시간이 이어진다. 서로 어울리는 책들끼리 세트로 묶인 <봄날의책 선물파우치>도 판다.
와서 전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12월의 선물을 받아든 느낌이 들 것이다.
전시문의 : 02-720-2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