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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부러운 우리의 노년

평창강 따라 걷기 13-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1년 10월 21일 목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김형대 박인기 이규석 최경아 최돈형 홍종배, 모두 7명

<답사기 작성일> 2021년 10월 30일 토요일

 

평창강 제13구간은 영월읍 방절리 선돌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에 이르는 7.2km다.

 

 

이날 답사에는 시인마뇽과 석주, 해당이 불참하였다. 대신 용평면에 사는 최경아 사장과 강릉에 사는 김형대 다큐멘터리 감독이 참여했다. 김 감독은 KBS에서 근무할 당시, 유명한 다큐멘터리 차마고도 6부작 제작에 참여했다니 다큐멘터리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나는 2015년에 평창으로 귀촌하여 봉평성당에 다니면서 한경주라는 분을 만났다. 이분은 보이차 전문가로서 이효석 문학의 숲 앞에서 평화다원을 운영하고 있다. 김 감독이 한 원장을 주인공으로 하여 “보이차 인생”이라는 제목의 3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중간에 나는 김 감독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평창강 따라 걷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김 감독은 관심을 보이며 이날 답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는 청령포 주차장에서 11시 30분에 만나 영월읍내에 있는 장릉보리밥집으로 이동하였다. 비교적 싼 값(8,000원)의 보리밥을 맛있게 먹고서 출발 장소로 이동하였다. 출발 장소는 영월읍 방절리 외진 곳으로서 찻길이 끊어진다. 방절리(芳節里)라는 지명은 단종이 이곳에 와서 유배 생활을 할 때 그를 따르며 절개를 지키던 충신들이 살았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단종이 귀양살이하던 청령포는 영월군 남면 광천리에 속한다.

 

 

<

 

출발 지점은 선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절벽 사이의 틈으로 보이는 장소다. 우리는 12시 55분에 출발하였다.

 

 

 

 

 

길 따라 출발하자마자 촌로를 만났다. 나는 촌로에게 이 길이 옛날에 단종이 걸었던 길이냐고 물었다. 촌로는 반색하며 그렇다고 대답을 한다. 단종이 선돌을 거쳐 이곳을 지나 청령포로 갔다고 말하면서, 선돌에 꼭 가보라고 나에게 권하기까지 한다. 우리가 걷는 길은 도로명이 도입되면서 선돌길이라고 부른다.

 

때는 1457년(세조 3년) 윤유월 21일, 유배길에 오른 노산군(단종, 이름은 이홍위)은 창덕궁을 나와 동대문을 지났다. 단종은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아내인 정순왕후 송 씨와도 이별했다. 두 사람이 이별한 다리 이름이 영도교(永渡橋)다. 영영 이별한 다리라는 뜻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2005년에 영도교가 복원되었다. 청계천 7가와 8가 중간, 황학동에서 동묘로 나가는 교차로에 있는 다리다.

 

 

 

단종은 광나루, 이포나루, 문막, 신림을 거쳐 닷새 만에 영월 땅 주천(酒泉)에 도착했다. 주천은 망산(고도 392m) 아래 ‘술이 솟는 샘’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천에 얽힌 전설이 있다. 이 샘에서는 양반이 오면 약주가, 천민이 오면 탁주가 나왔다고 한다. 어느 날 천민이 양반 복장을 하고 샘에 가서 약주를 기다렸는데 탁주가 솟자 화가 나 샘터를 부순 뒤부터 술 대신 물이 나온다고 한다.

 

주천 쉼터에서 단종은 다음과 같이 탄식했다.

 

먼 유배길에 많이 지친 탓인가 보오

졸음에 겨워 잠깐 눈을 붙인 사이

저 하늘 너머로 어렴풋이 한양을 보았소

유배행렬을 향해 눈물짓던

정순왕후 그대의 마지막 모습도 함께...

영영 돌아갈 수 없는 길로 접어든

예감이 드는구려

 

영월 곳곳에 단종의 이야기가 전한다. 창덕궁에서 청령포까지 단종의 유배길은 약 700리(280km)로서 7일이 걸렸다. 하루에 40km씩 이동한 셈이다.

 

 

며칠 전에 평년보다 이른 추위가 닥쳐서 내가 사는 봉평에서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 여기 영월도 추위가 농사에 피해를 준 것 같았다. 잎이 모두 말라버린 고춧대에 미처 수확하지 못한 고추가 빨갛게 매달려있다. 상품으로서는 값어치가 없을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이날은 추웠던 날씨가 풀리고 가을 날씨로 되돌아갔다. 바람은 불지 않고 하늘이 파랬다. 사진이 잘 나오는 하늘이었다. 날씨는 쌀쌀하지 않고, 그렇다고 덥지도 않았다. 걷기에 좋은 날씨였다. 가을 햇볕은 약간 따사로웠다. 단풍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들풀은 마르기 시작하였지만, 활엽수의 잎은 아직 녹색을 유지하고 있다.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면 나무에 황혼이 온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나무가 가을에 잎을 떨어뜨리는 것은 추운 겨울을 무사히 견디기 위한 전략일 뿐이다. 새봄이 되면 나무는 다시 살아난다. 말랐던 가지에서 새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나무에게 겨울은 봄을 기다리는 과정일 뿐이다.

 

사람은 나무와 다르다. 노년을 맞이한 사람은 나무처럼 다시 살아날 수가 없다. 인생에 겨울이 찾아오면 사람은 영원한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이것은 자연의 순리이다. 거역할 수가 없다. 아아, 나무가 부럽구나. 회심곡의 해당화 구절이 생각난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진다고 설워마라

동삼석달 죽었다가

명년삼월 봄이오면

너는다시 피련마는

우리인생 한번가면

어느시절 다시오나

 

선돌길을 따라 20분쯤 걷자 강둑길이 나타났다. 우리는 둑길을 걸었다. 강을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었다. 강가에 작은 모터보트가 정박하여 있다. 강의 수심이 깊은가 보다.

 

 

다시 선돌길로 들어서서 계속 걸었다. 드문드문 농가가 나타나고 때로는 펜션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형적인 시골길이다. 요즘은 시골길을 걷더라도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시골 사람들도 모두 차를 운전하므로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다. 농사일할 때도 경운기나 트랙터를 이용한다. 젊은이는 모두 수도권으로 가버렸기 때문에 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시골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낯선 사람을 향해 짖는 개소리뿐이다. 옛날에 견주어 시골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길가에 기다란 나무 기둥이 나타난다. 기둥 한쪽 면에 ‘오아시스글램핑’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글램핑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무슨 뜻일까?

 

 

홍 교수가 해석을 해 주었다. 글래머러스 캠핑(Glamorous Camping)을 줄여서 글램핑이라고 말한단다. 요즘 젊은이들이 캠핑을 많이 한다. 새로운 풍조다. 캠핑 도구도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커다란 텐트에 전기를 연결할 수 있고, 방이 있고, 의자와 침대까지 있다. 이런 캠핑 도구를 귀찮게 차에 싣고 다닐 필요가 없도록 모든 시설을 갖춘 캠핑장이 등장했다. 사람은 차를 운전하여 몸만 오면 된다. 이런 캠핑장을 글램핑이라고 부른다. 물론 요금은 조금 비쌀 것이다. 그러나 편리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은 기꺼이 비싼 비용을 감수한단다.

 

 

선돌길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걸어가는데, 오른쪽에 꽃가게가 나타난다. 가게 앞 화분에 국화를 잔뜩 심어놓았다. 그렇다.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다. 서리가 내리면 대부분 가을꽃은 시들어버린다. 살살이꽃, 쑥부쟁이, 과꽃 같은 가을꽃은 서리가 내리면 금방 시들어버린다. 그러나 국화는 서리를 맞아도 시들지 않고 꿋꿋이 피어있다. 그래서 선조들은 국화를 사군자에 포함시켰나 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