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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골목길 접어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나 때는 말야...” 추억으로 가슴 뛰는 7080 거리로 오세요
국립민속박물관 야외전시 <7080, 추억의 거리> 재개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누구나 눈에 선한 추억들이 있게 마련이다. 세상은 좋아져서 지금의 순간을 여러 매체에 저장해놓을 수 있지만, 저장이 아닌 각인이 되는 그런 추억들이 있게 마련이다. 때로는 그런 추억들을 아이들에게, 직장 후배들에게 들려주곤 하지만, ‘꼰대’의 옛이야기로 취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추억이 간직된 장소에 와서 물건들 하나하나, 간판 하나하나를 보며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그것은 더 이상 꼰대의 이야기가 아닌 세대를 넘어선 소통이 되고, 박학다식한 어른이 된다.

 

 

박물관이 주는 매력이 바로 이것이다. 특히 그리 멀지 않은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국립민속박물관은 누구나 특급 안내자가 될 수도 있고, 지금의 내 나이였을 엄마와 아빠를 만날 수 있는 박물관이다. 고단한 삶에 지치고, 행복했던 옛 추억이 슬그머니 바래진 세대들을 위해,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어린 시절 학교 가는 길을 재현한 ‘7080 추억의 거리’를 새단장을 하고 문을 연다. 5월 3일(수)부터 입장할 수 있으며, 어린이날을 맞아 각종 추억을 되새겨보는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 북촌국민학교,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7080은 베이비붐 시대였다. 넘쳐나는 학생에 견줘 교실은 턱없이 부족하여 대부분의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수업은 2부제로 진행되기 마련이었다. 라디에이터가 교실에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많은 교실에는 조개탄 난로가 추운 겨울을 나게 했다. 주번은 매주 돌아가면서 뽑았는데, 조개탄을 나르고, 칠판지우개를 털고, 교실 뒤 양은주전자에 물을 채우느라 분주했다. 나무로 된 교실 마루바닥은 청소시간이 되면 책상에 걸상을 올리고 양초로 문질러 광나게 닦았다.

 

 

짝꿍과는 2인용 초록색 나무 책상에 선을 긋고, “넘어오면 다 내 것”이라며 옥신각신하곤 했다. 그 당시에는 학교마다 동상이 있었고 여기에는 괴담이 전해지는데, 추억의 거리에 전시된 ‘책 읽는 소녀상’은 12시가 되면 책장을 넘긴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새롭게 개편된 북촌국민학교는 이러한 7080 교실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였다. 교실에서는 자유롭게 학년별 학력평가 문제를 풀어보고, 그 당시 국민학생들의 생활상을 담은 영상도 관람할 수 있다.

 

□ 장수탕, 5살 이상 혼욕 금지

 

목욕탕은 동네 마다 꼭 있는 필수 시설이다. 특히 여탕은 동네 사람들이 몸을 씻으며 친분을 쌓는 만남의 장소였다. 반면 남탕은 목욕뿐만 아니라 이발, 구두 닦기까지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이었다. 한편, 7080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말에 부모님의 손을 잡고 목욕탕에 갔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목욕한 뒤 마시는 음료(우유, 요구르트 등) 또한 전 국민이 약속이라도 한 듯 공유하는 추억이다. 그렇기에 관련된 일화도 많다.

 

 

요금은 미취학 아동이 무료인 경우가 많았는데, 국민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몸집이 작은 아이들의 부모님은 아이의 나이를 속였다가 들통 나는 일이 빈번했다. 나이를 속이고 엄마를 따라 여탕에 따라온 남학생이 같은 반 여학생을 만나 다시는 그 목욕탕에 가지 못했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

 

목욕탕의 꽃은 때밀이다. 목욕탕에는 현재 ‘목욕관리사’라고 부르는 ‘때밀이’가 있었는데, 때밀이뿐만 아니라 안마와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었다. 때를 미는 방법은 뜨뜻한 물에 몸을 충분히 불리면 살짝 비누칠을 한 이태리타올(때수건)로 때를 벗겨낸다. 거칠거칠한 이태리타올의 촉감 때문에 어린이들은 때를 밀지 않기 위해 떼를 쓰며 울기도 했다. 추억의 거리 장수탕은 이러한 추억을 담고 있는 목욕탕 내부와 탈의실을 재현하여 1970~1980년대 목욕탕의 특징과 목욕문화를 보여준다.

 

□ 약속다방, DJ~ 내 음악을 틀어줘요

 

 

차를 마시면서 디스크자키(DJ)가 틀어주는 노래를 감상하는 음악다방은 1970~1980년대 젊은이들의 여가공간이자 만남의 장소였다. 특히 멋진 디스크자키에게 애창곡을 신청하여 듣는 묘미는 7080세대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추억의 거리 약속다방은 ‘쌍화차’, ‘도라지위스키티’ 같은 다방 음료가 적힌 차림판, 7080 유행가 신청곡체험 등을 통해 그 시절 음악다방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달달한 다방 믹스커피도 무료로 맛볼 수 있으니, 복고풍 감성 가득한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 그 밖에도 뉴-타잎, 완전히 새로워진 <7080, 추억의 거리>

 

<7080, 추억의 거리>는 앞서 언급한 북촌국민학교, 약속다방(음악다방), 장수탕(목욕탕) 말고도 현대문구, 근대화수퍼, 꾸러기만화(만홧가게), 만나분식, 화개이발관, 종합전파사, 풍년상회(방앗간), 서울사장(사진관), 스타의상실 등 모두 12개의 공간과 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문구와 근대화수퍼에는 인기를 끌었던 완구와 학용품, 생활용품들이 전시된다.

 

꾸러기만화는 학생들의 방과 뒤 필수 방향이었던 만홧가게를 재현한 곳으로, 벽면을 가득 채운 7080 만화책을 읽고 쉬어갈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만나분식은 만홧가게에 붙어있는 간이분식점으로, 천막 아래 펼쳐진 떡볶이ㆍ어묵ㆍ찐빵이 그 시절 싼 값으로 허기를 채워줬던 추억의 간식들을 떠올리게 한다.

 

화개이발관은 종로구 소격동에서 약 50년 동안 운영되었던 화개이발관이 문을 닫으며 기증한 실제 자료를 중심으로 꾸며진 곳이다. 이발관의 상징인 빨강ㆍ파랑ㆍ하양으로 이루어진 ‘삼색 표시등’, 머리를 짧게 깎는 도구인 ‘바리캉’ 등 각종 이발ㆍ면도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종합전파사는 텔레비전, 라디오, 전축 등을 수리하고 판는 곳으로, 1980년대 가정용 전자제품이 보급되면서 활발히 활동했던 전파사의 모습을 재현한 곳이다. 전파사에 진열된 브라운관 텔레비전에서는 7080광고가 흘러나오고, 또 다른 텔레비전으로는 캠을 통해 찍힌 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풍년상회는 고추를 빻고, 떡을 만들고, 기름을 짜는 방앗간으로, 각종 기계와 쌀 포대, 고추가 담긴 바구니, 갓 짜낸 고소한 기름 냄새가 방앗간에 온 것 같은 현장감을 전한다.

 

서울사장(사진관)은 가정용 사진기의 보급과 함께 늘어난 일상사진과 백일ㆍ돌ㆍ혼인ㆍ회갑과 같은 특별한 날을 담은 기념사진이 전시되어 그 당시 생활상을 전한다. 체험으로는 바로 옆 의상실에서 7080 유행스타일의 옷을 입고, 영수증사진기를 통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스타의상실은 원단과 디자인을 직접 골라 옷을 지었던 동네 의상실로, 진열창과 체험용 의상을 통해 1970~1980년대 옷차림과 유행을 경험할 수 있다.

 

□ 어린이날부터 펼쳐지는 3일 동안의 개막행사, 이발하고, 개업떡 받고!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7080, 추억의 거리>에서는 5월 5일(금)부터 7일(일)까지 개막행사를 진행한다. 풍년상회 방앗간에서는 전시개막을 축하하는 개업떡을 나눠주는 행사(1일 100개 한정)도 마련되어 있으며, 북촌국민학교에서는 1970~1980년대 학력평가 문제 풀기와 받아쓰기 대회가 열린다. 그 밖에도 어릴 적 쭈그려 앉아서 했던 문방구 오락기 체험, 그 시절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추억의 만화책, 음악다방 DJ가 들려주는 신청곡 체험과 다방커피, 이발소 이발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거리 곳곳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