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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탐관오리, 팽형에 처했다

성삼문, 〈임사절명시(臨死絶命詩)〉
[겨레문화와 시마을 14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임사절명시(臨死絶命詩)

 

                                                                         - 성삼문(成三問)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북을 울리며 사람의 목숨 재촉하는데

回頭日欲斜(회두일욕사) 머리를 돌리니 해가 지려고 한다

黃泉無一店(황천무일점) 황천길에는 주막 하나 없다는데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오늘밤은 누구 집에서 잘까?

 

이 한시는 세조(世祖)의 회유에 응하지 않아 능지처형(凌遲處刑, 죄인의 뼈와 살을 발라내어 죽이는 형벌)을 당한 성삼문(成三問, 1418~1456)이 죽음에 임하여 목숨이 끊어지기 전 형장(刑場)에서 지은 시다. 둥둥 북을 울리며 망나니가 사람의 목숨을 거두려고 하는데, 조금 있으면 이승에서의 마지막임으로 하직하려고 머리를 들어 산천을 돌아다보니, 해도 자신과 같이 서산으로 지려고 한다. 저승 가는 길에는 주막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데, 오늘밤은 누구 집에서 자고 갈까를 성삼문은 걱정한다.

 

조선시대 형벌제도는 《경국대전》에 명시되었는데 회초리로 가볍게 때리는 것부터 시작하여 성삼문 같은 중죄인에게는 능지처형까지 처했다. 그런데 참 특이한 형벌로 ‘팽형(烹刑)’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는 탐관오리를 벌주는 것인데 곧 끓는 가마솥 속에 죄인을 넣어 삶는 공개처형을 말한다. 팽형은 혜정교(지금 교보문고와 광화문우체국 사이에 있었던 다리로 사람이 많이 건너 다님) 한가운데 임시로 높다란 부뚜막을 만들고,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큰 가마솥을 거는데 솥에는 물을 붓고 아궁이에는 불을 땔 수 있도록 장작을 넣는다. 그 앞쪽에 천막을 치고, 포도대장이 앉으면 팽형이 시작되는데 진짜 삶는 건 아니고 죄인을 가마솥에 담고 솥뚜껑을 닫은 다음 구령에 따라 장작불을 지피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 불을 붙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솥 속에 든 죄인을 꺼낸 뒤 "살아있는 주검"을 식구들에게 넘기면 식구들은 미리 준비해간 칠성판에 이 "살아있는 주검"을 뉘여 집으로 데리고 가서 격식대로 장례를 치른다. 이렇게 장례가 끝나면 호적이나 족보에 죽은 사람으로 오르는데 먹고사는 건 할 수 있고 아이도 낳을 수 있지만 "살아있는 주검"의 아이는 태어나도 아비 없는 사생아가 된다. 요샛말로 생매장시키는 셈이다. 살아 있으되 산 사람이 아닌 팽형은 부정부패를 저지른 탐관오리에게는 죽음과 같은 벌이라는 경고를 던지고 있으며 이로써 부정부패의 근원을 뿌리 뽑으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요즈음은 수십억의 뇌물을 먹은 사람들한테도 솜방망이 벌을 내려 국민이 실망하는데 이때 혜정교의 ‘팽형’이 떠오른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