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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20’을 시각장애인의 문자로 만들자

한글20의 전파방법(3):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22]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지난 19번 째 이야기에서 점자는 시각장애인을 사회와 격리시킨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점자로는 일반인과 소통도 못하고 정보에 접근하지 못해 결국 무지와 빈곤을 면하지 못하게 됩니다.

 

잘 알려졌지만 점자라는 것은 6개의 작은 원으로 된 글자 틀[]을 만들고 그 가운데 한 개 뜨는 복수 개의 것을 돋우어 놓아 이를 만져서 느끼도록 한 것입니다. 아래 그림1은 한글 자모와 라틴 알파벳 일부의 점자입니다. 그림2는 점자로 ‘점자’라고 쓰고 그 아래에 대응하는 한글 자모를 보인 것인데 여기서 ‘ㅈ’의 점자는 6자리의 오른쪽 위와 아래 점이 돋아졌음을 봅니다.

 

 

 

 

점자는 잘못 시작 된 기술

 

점자는 1836년에 프랑스인 브레일(Braille)에 의해 완성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본받아 1926년 일제강점기 시대에 박두성 선생이 만들어 냈습니다. 원래 프랑스 군에서 야간 비밀작전을 수행할 때 암흑 속에서 소리도 내지 말고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방법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 기술을 시각장애인에게 적용시킨 것이지요.

 

이 기술은 애초에 보지 않고 촉감으로 인식하려면 글자를 점으로 표현하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왜 점 대신 글자를 그대로 돋우어 만져볼 수 있도록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 당시 기술로는 글자를 돋우어 인쇄하는 것이 어려웠을 수도 있고 또 시각장애인들이 글자의 모양을 인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문제였다면 당연히 기술적으로 풀어야 했습니다. 가령 ‘c’자는 ‘o’자와 모양이 비슷해 촉각으로 구별하기 어렵다면 ‘c’자를 ‘ㄷ’으로 모양을 바꾸었으면 해결됐을 것입니다.

 

점 대신 글자를 쓰게 했다면 시각장애인들이 배우기도 쉬웠을 것이며 또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어 서로 소통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전철이나 공공장소에는 반드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시각장애인들은 어디 붙어있는지도 알 수 없어 도움이 안 됩니다. 일반인들은 또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보고도 무관심하게 지나칩니다.

 

전 세계 모든 점자를 대체시킬 ‘한글20’

 

더구나 한글은 도형이 간단하여 글자 그대로 돋우어 쓰면 점자보다 훨씬 쉽게 인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2를 다시 보면 한글이 점자보다 얼마나 인식하기 쉬운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지금이라도 이렇게 ‘돋우어 쓴 한글’을 시각장애인용 문자로 정착시킨다면 엄청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만 덕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한글은 소리를 표기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 시각장애들도 ‘한글만 배우면’ 이를 통해 발음을 읽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시각장애인이 ‘거얼’ 이라는 한글표기의 발음을 읽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것이며 중국 시각장애인은 ‘ᄰᅡ오뉘’의 발음으로 무엇인지 알 것입니다. 少女나 그 병음 [shàonǚ]을 몰라도 됩니다. 다만 한글은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한글을 보급시켜야 합니다.

 

아래 그림은 미국과 한국의 시각장애인이 ‘소녀’라는 글자를 인식하는 과정을 그린 것입니다.

 

 

위 그림에서 미국 시각장애인은 점자로 알파벳을 한자씩 읽어 ‘girl’임을 알게 되고 girl의 뜻을 알고 있다면 ‘아 이것이 그 단어이구나’하고 해득하게 될 것입니다. 곧 –알파벳- 단어- 단어의 뜻의 3단계를 거쳐 해득됩니다. 한국인도 점자를 쓰면 마찬가지로 -자모-단어-뜻 3단계를 거치지만 ‘한글20’ 표기를 사용하면 자모 ‘ㅅ ㅗ ㄴ ㅕ’로 발음을 알게 되고 즉시 그 뜻을 알게 되어 2단계로 됩니다.

 

이렇게 점자를 쓰면 단어의 철자법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한글20’을 돋우어 써서 발음을 인식한다면 철자는 몰라도 된다는 것입니다. 비단 미국인, 중국인뿐이 아닙니다. 프랑스인도 몽골인도 모두 발음을 통해 어휘를 인식하게 되어 점자와 단어의 철자를 배울 필요가 없어집니다. ‘한글20’만 배우면 됩니다. 그렇습니다.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발음으로 단어의 뜻은 알고 있으므로 ‘한글20’만 배우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시각장애인이 ‘한글20’을 배워야 하는데 그들이 나서서 배우려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대신에 이들의 복지를 위해 정부가 관련 기술을 개발하여 제공하여야 할 것입니다. 물론 기존 점자기술 업체들의 반발이 따르겠지만 시각장애인들이 고충과 불이익을 생각하고 또한 이로 인한 국가의 복지 부담을 생각해 보고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한국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시각장애인들이 한글을 쉽게 배우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했듯이 글쓴이는 전맹 시각장애인에게 50여 분만에 한글을 가르쳐줄 수 있었습니다. 기술보급을 위해 다음번 이야기에서 그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또한 시각장애인이 쓸 수 있는 ‘글자 입력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입력기에 자모를 입력하여 단어가 되면 그 소리를 내 주도록 되어 있어 숙달되면 하고 싶은 말소리를 내서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시작품 시험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뜻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글20’이 보급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