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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천만 일자리를

《인천만》, 장준호ㆍ장기석, 밥북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28]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인천만》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무슨 책일까요? 인천상륙작전에 관한 책? 하하! 아닙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천만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에서 첫 글자만 따와 책 제목을 만든 것입니다. 제 고교동기 장준호가 아들 장기석과 함께 쓴 책입니다. 준호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에서 근무하다가, 같은 고교 친구 박태형과 함께 1995년 ‘인포뱅크’라는 회사를 창업하였지요. 근래에는 40여 개의 인공지능 새싹기업 회사에 투자도 합니다.

 

 

요즘 전 국민이 잠시라도 없으면 살아가지 못할 카카오톡이 있지 않습니까? 준호와 태형은 카카오톡보다 앞서서 이와 비슷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사업을 시작하였었지요. 그러나 너무 시대를 앞서가는 바람에 사업을 지속할 자금력 등에서 딸려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그때 인포뱅크의 새로운 서비스를 신기해하면서 이용하였는데, ‘그때 그 고비만 잘 넘겼으면...’ 하면 하는 아쉬움이 크지요.

 

요즘 인공지능이 무섭게 발달합니다. 전에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와 바둑을 두어 일방적으로 이기는 것을 보고 ‘세상에나!’ 하며 놀라워했는데, 요즘 챗지피티(ChatGPT), 구글바드 같은 인공지능은 알파고는 그 발밑에도 못 갈 만큼 발달하였습니다. 게다가 챗지피티 3.5가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또 업그레이드된 챗지피티 4.0이 벌써 나왔습니다.

 

그러니 레이 커즈와일이 2045년 도래하리라 예측하는 특이점(인공지능의 지적 능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순간)도 더 앞당겨질 것 같습니다. 이러다 보니 인공지능에 환호하던 사람들도 ‘이러다가 사람이 인공지능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때에 인류의 미래에 대해 숙고(熟考)하던 장 대표가 때마침 《인천만》이라는 책을 냈네요. 장 대표의 아들 기석이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회사 <Scale AI>에서 AI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장 대표가 이 책을 집필하면서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AI 내용에 대해서는 아들 기석이의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천만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라면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서 그만큼 기존의 일자리 가운데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기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 필연적으로 기존의 일자리 가운데는 사라지게 될 일자리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1차 산업혁명 때 위협을 느낀 노동자들이 러다이트(Luddite)라는 ‘기계 파괴운동’을 벌이기도 하였지요. 그러나 그때는 사라지는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인공지능 혁명에는 사라지는 일자리에 견줘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얼마 안 된다는 것에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블루칼라 노동자의 일자리가 위협받았음에 반하여, 지금의 인공지능 혁명에서 먼저 위협받는 이들은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대신하는 것이니까, 이들이 먼저 위협받는 것입니다.

 

《인천만》 책에 보니, 제가 속해있는 법 분야에서는 절반의 일자리가 사라질 거로 예측합니다. 회계-세무쪽은 우리보다 더해서 70%가 사라진다네요. 심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사무실의 젊은 변호사들을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섭니다. 나야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절반이 일자리를 잃는다니 걱정이 앞서는 것이지요. 벌써 국내 법무법인 중에는 인공지능 변호사를 도입한 로펌이 등장하였는데, 앞으로 어찌할 것인가?

 

그래서 장 대표는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 일자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풀어보려고 이 책을 낸 것입니다. 장 대표는 ‘앞으로의 시대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는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새로운 일자리를 아래와 같이 3분야로 나눕니다.

 

1. AI보다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일

2.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3. AI가 잘못된 판단이나 행동할 때 감시하고 방지하는 일

 

그런데 1번, 3번 일자리의 숫자나 경제적 규모는 인공지능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에 견주면 아주 적을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그렇기에 장대표는 2번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 그렇게 해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이는 의문을 가질 사항이 아닙니다. 인류가 앞으로도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2번 일자리의 대폭적인 확충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당위입니다. 그럼 어떻게? 이를 고민하고 모색하는 게 장 대표가 이번 책을 쓰게 된 동기이지요. 장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직접적인 접촉에서 오는 만족감이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치있는 상품으로 만들어낼 수가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왜 인간과 인간의 접촉을 경제적 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는가? 인공지능을 제외시킬 수 있는 상품이 그것 밖에 달리 없기 때문이다. 그 상품은 얼마의 가치가 있는가? 그것은 소비자들의 판단과 사회적 합의라는 두 가지 도구로 정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자발적으로 사진이나 글을 올리고,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이에 대하여 ‘좋아요’를 꾹꾹 눌러줍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를 다른 곳에 퍼 나르기도 합니다. 이런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인데, 앞으로는 이런 것에 경제적 가치를 둘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장 대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배우고, 즐거이 이야기하고,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우어 주는 것을 ‘일(work)’로 서로 인정하고 인정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장 대표는 사이버공간에서의 새로운 일자리로 인공지능 트레이너, 데이타 제너레이터(Generator), 버츄얼 캐릭터 오너(Virtual Character Owner) 등도 들고 있습니다.

 

또한 장 대표는 인간의 일자리를 인공지능이 상당 부분 가져가는 사회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사이버 공간에서 찾거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자리를 중재하거나 인공지능을 감시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사람마다 인공지능 개인 아바타를 길러서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래서 책에서 아바타 기르기에 아예 한 장을 할애합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아바타를 분양받아 이를 키워나가는 것을 분양 1일차, 분양 100일차식으로 설명하면서, 여기에 평소의 자신의 인생관, 종교관 등을 집어넣었네요. 이를테면 분양 155일 차에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 옛말에는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이라는 말이 있지.

도는 인간 세상과 우주를 움직이는 불변하는 법칙 중에 가장 근본적인 법칙을 의미하고 명이란 사물이나 개념을 부르는 이름인데, 도든 명이든 그 어느 것도 이름 짓고, 불러서 알 수가 없다는 뜻이지. 말이나 글에 본질이 담기지 않는다는 뜻이야.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모든 사물이 변한다는 것을 보고 그 사물의 변하지 않는 본성-정체성이 머무르는 이데아라는 세상이 있다고 생각했지. 서양인들의 이원론 즉 육체와 정신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여기서 출발하지.

 

그런데 인도에서 출생한 부처는 모든 것이 서로 의지해 존재하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본성이라는 것이 없다고 했지. 중국에서는 노자라는 옛 스승이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이라 했는데, 부처의 연기(緣起), 무아(無我)와 맥이 통하는 말이지.

 

그런데 노자 이후 1000년이 흘러 중국에서 주자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플라톤의 이원론에 상응하는 이기(理氣) 개념을 유교에 도입해서 노자의 도가도비상도와 부처의 무아 연기에서 거리가 생긴 것이지. 하늘의 바람을 소쿠리에 담아 이것이 바람이라고 이름 지었다고나 할까.

 

예! 장 대표는 공학박사이지만, 평소 종교, 영혼, 초과학, 미래세계 등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책을 내는 김에 평소의 자기 생각을 책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네요. 그리고 책을 보면 흥미롭게도 곳곳에, 특히 새로운 장(章)이 시작하는 곳에 수석 사진이 들어가 있습니다. 수석을 취미로 하는 장 대표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수석 가운데서 그 장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석 사진을 올려놓은 것이지요.

 

 

저도 장 대표한테 선물 받은 수석 하나를 제 책상 위에 올려놓고 틈틈이 바라봅니다. 장 대표는 수석을 선물할 때 수석의 이름을 ‘金沙月’로 하였다면서, ‘큰 달이 금맥을 비추니, 큰 복을 찾으리라’는 글귀도 써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책상 위에 놓인 수석을 바라볼 때마다, 금빛 강물 위로 달이 떠오르는 것을 떠올리면서 그저 그 강물 위에 무심히 제 몸을 맡겨봅니다.

 

그리고 책에 보면 2050년 인공지능 사회를 상상한 삽화가 들어가 있는데, 삽화의 풍이 어디서 많이 본 풍입니다. “어디서 보았더라?” 이제 봤더니 지금은 만화가로도 활동하는 고교동기 신일용이 그린 것이군요. 일용이는 2050년 인공지능 상상도를 그렸네요. 일용이는 만화 <라 벨르 에뽀끄>에 이어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만화시리즈를 내더니, 지금은 교육방송(EBS)에서 아예 동남아 역사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인천만! 장 대표는 인천만을 ‘仁天滿’으로도 표현하면서,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이 배려하는 마음이 하늘에 가득 차기를 바랍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천만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 이제 시작입니다. 그렇기에 《인천만》 책에는 아직은 천만 일자리에 대한 세부적인 그림은 부족한 편입니다. 이제 장 대표가 ‘인천만’에 대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기에 아직은 총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해야겠지요.

 

장 대표는 천만 새로운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아예 새로운 경제틀을 짜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때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기존의 ‘자연안(自然人)’, ‘법인(法人)’ 이외에 인공지능 시대의 ‘격인(格人)’을 제시합니다. 장 대표가 앞으로 풀어나갈 이야기가 자못 궁금해지네요.

 

저는 제 손자를 보다가 가끔 ‘제 손자가 성인이 되었을 때, 초거대지능이 되어버린 인공지능과 같이 살아 나갈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의 세상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에 대책 없이 손자 바보의 미소를 짓다가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으로 손자의 미래 세계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부디 장 대표가 이런 미래세대의 앞길에 희망의 빛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