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도] 인체는 자연계보다 복합적이고 정교하다. 그래서 자연계의 음기 양기를 인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이 글에서는 “인체에는 기(氣)의 실체가 있고 장기가 이 에너지를 쓰는 방식에 따라 음기 또는 양기로 작용한다”는 가정 아래 우리 몸 안에서 기의 실체가 될 만한 에너지를 찾아보았다.
ATP와 ATP 합성효소
동식물 간의 에너지 순환을 정리해 보자. 동물은 식물이 광합성을 하여 만든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분해한다. 모든 동물은 포도당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고 탄산가스(CO2)와 물을 배출한다. 식물은 동물이 배출한 탄산가스에 물과 태양 에너지를 더하여 다시 탄수화물을 합성한다. 동물이 배출한 탄산가스를 식물이 흡수하여 자원의 재활용을 이어지는 것이다.
동물이 탄수화물을 소화하여 만든 포도당은 에너지 단위가 너무 커서 세포가 바로 사용할 수 없다. 포도당 한 분자의 에너지가 30~40 조각으로 나누어지고 그중 한 조각이 ATP라는 화합물에 내재(內在)되는데 이렇게 나누어져야 세포가 쓰기 적당한 크기의 에너지가 된다. ATP를 만들기 위해서는 포도당 외에 모종의 장치가 있어야 한다. 유기물 복합체인 이 장치를 그 역할에 따라 ‘ATP 합성 효소’라고 부른다. 이는 일종의 나노머신(nanomachine 크기가 1/10억 미터 영역인 기계장치)이다. 원시세포에서 진화한 진핵세포는 여러 소기관을 갖고 있는데 그 중 미토콘드리아라고 불리는 일종의 원핵 박테리아가 있다.

이들은 스스로 번식하는 독자적인 생명체로 숙주인 진핵 세포와 공생 관계를 유지한다. 숙주는 기생세포인 미토콘드리아에게 포도당을 제공하고 기생세포는 이것으로 생존하며 숙주에게 ATP 합성효소를 만들어준다. 동식물의 모든 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20억 년 전 어느 날 이러한 공생 관계가 맺어지며 생명체는 폭발적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생체 에너지
ATP에 내재된 에너지는 ATP가 갖고 있는 인산기가 하나씩 떨어져 나가면서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각종 생체에너지로 변모한다. ATP는 체온유지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모든 감각 작용에 필요한 에너지 원천이다. 또한 ATP는 DNA, RNA, 단백질, 당류 등의 거대 분자의 합성 그리고 세포막과 같은 세포 구성 성분의 합성에도 요구된다. ATP 에너지는 다양하게 활용된다. 장기를 포함한 모든 근육의 수축, 염색체 이동을 위한 세포 운동, 세포내막에서 일어나는 농도를 거스르는 이온 펌핑, 세포막의 전압펄스 생성, 뇌의 각종 기능과 작용, 인간의 의식, 필자가 이 글을 쓰고 독자들이 읽고 생각하는 일에도 ATP 에너지가 쓰인다. 인간이 어떤 음식물을 섭취해도 에너지는 최종적으로 화학적 결합에너지 형태로 ATP에 내재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ATP를 생체 에너지 화폐라고 부른다. ATP는 DNA와 함께 생명현상(진화와 번식)을 주관하는 주연이다.
기의 생물학적 실체
”기의 생물학적 실체는 ATP에 내재된 생화학에너지“ 라는 가설을 검증해 보자.
ATP에 내재된 화학에너지를 기의 실체라 하고 이 실체가 작용하는 방식에 따라 음기와 양기를 구별하면 좀 더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인체의 음기와 양기을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명리학에서는 교감신경계는 양기를, 부교감신경계는 음기를 행사한다고 본다. 두 신경계 모두 같은 ATP 에너지를 쓰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신경계에 따라 ATP를 음기로도 양기로도 쓴다고 보는 것이 훨씬 명쾌하고 단순하며 실제로 그 장기가 하고 있는 일에 더 가깝다. 갑상선 호르몬이 모자라는 길(拮)증은 음기, 지나친 항(抗)증은 양기의 작용으로 보는데 이를 갑상선이 ATP 에너지를 음기로도, 양기로도 쓴다고 보자는 것이다.
자연계는 음기 양기가 그 현상의 근본에서부터 구별되지만 생명체 내에서는 그들 에너지의 근원을 동일한 것으로 보아야 우리 몸의 여러 현상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기존 학설은 인체의 장기를 음장기와 양장기로 구분하는데 무리한 경우가 꽤있다 . 예를 들어, 간을 음장기로 구분하지만 간이 실제로 하는 일은 음기도 있고 양기도 있다. 이 것을 간이 ATP 에너지를 음기와 양기 두 가지 에너지로 쓴다고는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튼, ATP를 생물학적 기의 실체로 보는 관점은 아직은 가설이다. 더 많은 연구와 검증이 요구된다.
※ 다음 연재는 ‘4절 음기 양기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