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옥션은 오는 24일 저녁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84회 미술품 경매>를 연다. 특히 이번 경매에서는 조선중기 문신 120여 명의 귀중한 필적과 회화 작품인 <구사선생조천첩 4권 일괄>이 나온다. 1624년 조선중기 문신 권엽이 명나라에 사절로 떠날 때 받은 송별시를 모은 시첩으로, 약 120명에 달하는 당대 문신들의 필적이 담겨 있어 조선중기 문화사 연구에 귀중한 사료다. 시고 외에도 산수도와 사군자, 화훼, 초충도 등 다양한 그림 16폭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18세기 호남에서 활동했던 경암 김익주의 <산수도>, <송하인물도>도 출품된다. 현전하는 작품 수는 적지만 어진도사(임금 어진을 그리는 화원)에 두 번 차출될 정도로 당대에 뛰어난 화격을 인정받았다. 출품작은 전통적인 남종화풍의 미법 산수를 잘 구사했다. 삼양재 김덕형의 <화조도>는 대각선 구도로 화면을 가로지르는 가지 위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는 단아한 작품이다. 김덕형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까지 활동한 인물로 김홍도, 강세황 등과 교유할 만큼 당대 문화예술계의 중심인물이었으나 작품의 희소성이 높아 눈길을 끈다.
그밖에 한국 근대미술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특별 마당<Modern Moments>이 마련되어 우리 근대작가들의 희소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 박수근, 천경자, 마르크 샤갈 등 나라 안팎 거장들의 대표작도 새 주인을 찾는다.
커다란 나무 옆으로 지나가는 아낙네와 아이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박수근의 <나무와 행인>은 박수근이 세상을 뜬 이후 열린 유작전에 나왔던 작품이다. 1964년에 그린 작품으로 작가의 화업 말년에 이르러 재질 표현이 더욱 두드러진 시기임에도 대상의 선명한 선묘 표현이 특징적이다.



또한 천경자의 <윤삼월>은 작가 화업의 완숙기에 해당하는 1978년에 그린 작품이다. 작품 이름 윤달은 옛 풍속에서 무슨 일을 해도 부정을 타지 않는 달로 여겨졌다. 이에 걸맞게 출품작 또한 화폭 가득 생명력과 상서로운 기운이 충만하다. 다양한 꽃과 사슴, 백조, 새 등 천경자의 작품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소재들이 환상적인 분위기의 화면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작가가 추구한 고전적 설화의 현대적 재해석을 완성도 높게 구현한 수작이다.
마르크 샤갈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함께 담긴 작품 <꽃다발을 들고 있는 옆모습(Profil au Bouquet)>도 선보인다. 작품의 주제인 여인 옆으로 남성의 옆모습이 나타나며 여인의 머리 위에는 양이 올라가 있다. 그 주위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인물과 춤을 추는 인물들, 해와 달 등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화면 전반은 샤갈 특유의 푸른색을 활용해 초월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경매에 앞서 진행되는 사전 전시는 14일부터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된다. 전시는 경매 당일인 24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날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