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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숙아, ‘나 아닌 관중을 재상으로’

진정한 관계는 비난이 아닌, 이해 속에서 꽃피울 수 있어
[정운복의 아침시평 303]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십팔사략(十八史略, 원나라 증선지-曾先之가 펴낸 중국의 역사서)》에는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의 이야기, 곧 ‘관포지교(管鮑之交)’가 나옵니다. 관중과 포숙아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장사를 했습니다. 관중은 항상 이윤을 더 많이 가져갔고, 장사에도 종종 실패했습니다. 남들이 관중을 탐욕스럽거나 어리석다고 손가락질할 때, 포숙아는 결코 그를 책망하지 않았습니다.

 

"관중이 이윤을 많이 가져가는 것은 집안이 가난하기 때문이고,

장사에 실패하는 것은 때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그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누군가의 단점이나 실수를 볼 때,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을 보고 쉽게 판단합니다.

그러나 포숙아는 그 행동 뒤에 숨겨진 상황과 본질적인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진정한 관계는 비난과 단죄가 아닌, 이해와 통찰 위에서 꽃피울 수 있습니다.

포숙아의 이 무조건적인 믿음이 관중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세(勢)가 되어줍니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주군을 섬기게 되면서 잠시 떨어져 지냅니다.

훗날 제나라의 군주가 된 제 환공(桓公)은 포숙아를 재상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포숙아는 단호히 거절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저의 재능은 군주를 잘 보좌할 정도는 되지만,

나라를 크게 번영시키고 천하를 통일할 경륜은 관중에게 미치지 못합니다.

군주께서 오직 제나라만을 다스리려 한다면 제가 좋겠지만,

천하의 패자(覇者)가 되려 하신다면 반드시 관중을 재상으로 삼으셔야 합니다."

 

 

이 처세는 놀랍습니다.

포숙아는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위 앞에서 자신을 버리고 친구를 추천합니다.

이는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겸손함을 넘어,

친구의 더 큰 역량을 정확히 알고 이를 인정하는 지혜로운 처세였습니다.

 

결국 관중은 재상에 올라 춘추오패(春秋五覇) 가운데

첫 번째인 제환공 시대를 이끌었습니다.

훗날 관중은 이렇게 회고합니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다."

 

곧 포숙아의 믿음과 혜안이라는 아름다운 처세가 있었기에

관중이라는 훌륭한 인재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고,

이는 곧 제나라의 천하 통일이라는 위대한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는 누군가에게는 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고, 좌절의 돌덩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의 그림자보다 잠재력을 먼저 보고, 사적인 이익보다 공적인 성과를 위해 친구의 빛을 가리지 않는 포숙아의 처세야말로,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가 본받아야 할 인간관계의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단면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