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음력 동짓달(11월) 24일이니까 이제 곧 섣달입니다. 연중 동지와 섣달의 추위는 매섭기 짝이 없어 지금처럼 훈훈한 아파트나 두툼한 점퍼에 포근한 양말이 없던 시절에는 겨울나기가 수월치 않았지요. 이런 때에 “동지헌말(冬至獻襪)”이라는 풍속이 있었는데 “동지에 만들어 바치는 버선”이라는 뜻입니다. 예전엔 동지부터 섣달 그믐까지 시어머니 등 시집의 기혼녀들에게 버선을 지어 바치려고 며느리들의 일손이 바빠지는데 이를 ‘동지헌말’ 또는 풍년을 빌고 다산(多産)을 빈다는 뜻인 ‘풍정(豊呈)’이라고도 했던 것입니다. 18세기 실학자 이익은 동지헌말에 대해 ‘새 버선 신고 이 날부터 길어지는 해그림자를 밟고 살면 수명이 길어진다.’ 하여 장수를 비손하는 뜻이라 했습니다. br>
며느리가 손수 도톰한 솜을 넣어 만든 버선을 신은 시어머니는 세상에 더없는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풍습이 대대로 이어져 오던 것은 단지 발을 따뜻하게 하려는 것이라기보다 늙고 병들어 가는 시어머니의 주름과 그가 살아온 고난의 한평생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서이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버선 따위를 신을 사람도 없지만 동지헌말의 정신은 그대로 살려도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