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향토소리를 알고 싶으면 이 음반을 들어라!
한국민요연구회 ‘관현악과 함께하는 지역향토소리’ 음반 펴내
“이 방아가 웬 방아냐 / 아래 윗녘에 경상방아 / 여주이천에 자차방아 / 김포통진은 밀다리방아 / 날구장천 찧어도 헛방아 뿐이로구나
찧어라 쿵쿵 / 방아를 쪄라 / 얼른 찧고 님 마중 갈 제 / 쌀방아 찧어서 백설기요 / 보리방아 찧어서 개떡이면 / 찰방아 맷방아 찧어서 에루화 찰떡이로구나.”
위 노래는 우리의 민요 “경기도 고양 방아타령” 일부 대목이다, 민요는 지방마다 독특한 언어인 사투 리가 어우러져 민중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생한 노래이다. 민중들은 민요를 통해 세상의 근심이나 노동의 시름을 덜기도 했으며, 이를 건강하게 극복해냈다. 수천 년이 넘게 입에서 입으로 전승돼 온 우리의 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건 기록보다 더 큰 구전의 힘이었으나, 이젠 이 구전도 거의 끊겨 향토민요 보존 작업이 시급해졌다.
이에 사단법인 한국민요연구회(이사장 김혜란)는 지난 2006년부터 지역 향토소리 가운데서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이를 전문적인 민요 명창들이 세련된 목구성을 구사하여 무대에서 발표 공연함으로써 향토민요가 문화적 정서에 깊숙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그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 공연은 많은 호응을 얻은 바 있으며, 이번에 그 첫 번째 사업으로 사라져가는 각 지역의 노동요를 주로 하는 향토민요를 편곡하여 수록한 CD 음반을 신나라(회장 김기순)을 통해서 내놓게 됐다.
이번에 출반된 <관현악과 함께하는 지역향토소리>라 이름 지은 음반에는 총 34 곡의 지역 향토민요를 2장의 CD에 담았다. 한국 전통 농업노동요, 어업노동요, 장례 노동요(상엿소리)와 같은 소박한 향토 가락들이 전문적인 소리 명창들의 세련된 목소리와 화려한 관현악 반주를 통하여 감칠맛 있는 음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수록된 민요들을 보면 남북한의 향토민요를 망라하는 것인데, 이는 MBC가 발굴한 한국 민요대전, 북녘 땅 우리 소리와 같은 자료가 중요한 소재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민요들은 한국민요연구회 임원인 김혜란, 임정란, 전숙희, 이호연, 안소라, 최장규, 이윤경, 김보연, 최수정 등 여러 명창이 팀을 구성하여 각 팀장의 책임 아래 녹음하였다.
▲ 한국민요연구회 지역향토소리 공연 모습 1 ⓒ 한국민요연구회
▲ 한국민요연구회 지역향토소리 공연 모습 2 ⓒ 한국민요연구회
여기에 수록된 민요들을 보면 고양 산타령, 고양 노로 타령, 고양 상사도야, 고양 방아타령 등의 경기도 민요와 철원군 모심는 소리, 논매는 소리 덩어리야, 산자 소리 등의 강원도 소리, 괴산 논매는 소리 “대허리”, 괴산 논매는 소리 “잘하네 못하네”, 태안 노 젓는 소리, 태안 고기 푸는 소리, 태안 만설풍장 소리 등의 충청도 소리가 있다.
또 예천 모심는 소리 “돔소”, 삼천포 갈방아 소리 등의 경상도 소리, 소흑산도 멸치잡이 소리, 여천 거문도 술비소리 등 전라도 소리, 멸치 후리는 소리, 어양어양이 있으며, 염주 논매는 소리(호메소리), 온천 논매는 소리 등의 평안도 소리가 있고, 황해도 개풍 모찌는 소리와 함경도 베끼소리 등 온 나라의 민요가 들어 있다.
그런가 하면 선공감 김감역 고양 상엿소리, 경기 넘차소리, 강원 고성군 상엿소리, 자진 상엿소리, 달구소리, 잦은 달구소리, 경북 영풍 상엿소리, 대구 상엿소리, 충북 청원군 상엿소리, 잦은 상엿소리 등의 상엿소리도 함께 녹음해 놓았다.
이 작업의 기획 및 선곡은 김혜란 이사장(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준보유자)과 한국민요연구회 사람들이 맡았고 편곡은 이경섭, 황호준, 이관웅, 이성준, 안지영, 최인선, 조기철, 관현악 반주는 17인조 관현악 편성 국악실내악단, 지휘는 이관웅이 맡았다.
곧 우리 겨레 가장 큰 명절 한가위가 돌아온다. 한가위에는 온 겨레의 대이동이 또 있을 것이다. 고향을 찾아 나서지만 고향을 찾은들 고향의 맛을 잃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이번엔 ‘관현악과 함께하는 지역향토소리’ 음반을 들으며 아련한 고향의 향기를 맛보는 것은 어떨까?
▲ 한국민요연구회 지역향토소리 공연 모습 3 ⓒ 한국민요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