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가장 인기있었던 “쌍륙”을 아십니까?
우리에게 바람직한 놀이문화는 무엇일까?
우리는 몇 년 전 국회의원들이 상습적으로 고스톱을 쳤다 해서 흥분했던 적이 있다. 선량들이 나라의 정책을 연구해도 모자랄 판에 고스톱이라니... 어떤 사람의 아내는 고스톱에 미쳐서 집까지 팔고 도망 나가 온 식구가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말이 들린다. 고스톱을 공항에서도 치고, 음식점에서도 하고, 차량 속에서도 하고, 점포에서도 하고...
청소년들이 컴퓨터게임에 미쳐서 중독증세를 일으키고 며칠을 굶은 채 게임을 하다가 죽기까지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번 성탄절에도 기독교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까지 덩달아 흥분하여 스키장이나 술집이 만원이 되었다고 한다.
놀이도 문화의 하나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놀이문화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앞에 열거한 모양새들이 관연 바람직한 모습인가?
천 가지가 넘은 조선시대의 민속놀이와 ‘쌍륙’
조선시대에 우리 조상들이 즐겼던 놀이가 1000가지가 넘었다고 하며, 조선시대에 가장 인기 있었던 놀이는 "쌍륙"이었다고 하는데 이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의 전래놀이는 이제 힘을 잃어가고 있다.
어떤 사람은 고스톱이 이미 전 국민의 놀이화가 되었으니 인정해 주자고 하지만 안 될 말이다. 문화는 특이 놀이문화의 값어치는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면 차라리 않는 것보다 못하다.
예부터 전래되는 우리의 민속놀이의 목적을 분석해 보면, 단순한 '놀이를 위한 놀이'가 64.4%로 나와 있고, '풍농이나 풍어, 태평기원 등을 위한 놀이' 22.7%였으나 바람직하지 않은 '내기를 위한 놀이'는 5.6%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우리 민족은 놀이를 더불어 살기 위한 목적으로 가졌던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지금처럼 온 겨레가 이렇게 바람직하지 않은 놀이에 목을 매달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일제강점기 때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1936년 조선총독부는 조선의 민속놀이를 조사, 정리하여 '조선의 향토오락'이라는 책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조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후 1937년부터 그들은 문화식민지를 위해 온 힘을 쏟았다. 풍물굿을 비롯한 민속놀이를 못하게 했으며, 1938년에는 학교에서 조선말글을 추방했고, 창씨개명을 해야 했다.
그 이후 우리나라는 왜색 찌꺼기 말이 범람했으며, 왜색놀이, 왜색가요(일본 창가의 모방)가 보편화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전래동요로 알고 있는 '셋셋세'(아오야마 언덕에서 - 명치시대 초반에 생김), '가위바위보'(아이코데쇼:あいこでしよう), '꼬마야 꼬마야'(곰아저씨), '똑똑똑 누구십니까',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등은 전형적인 2 박자식 일본 전래놀이, 동요라는데 이것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심지어 일본의 엔카와 비슷한 트롯가요까지 우리 전통가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트롯가요를 부르는 것은 자유겠지만 우리의 민요를 제치고 외국풍의 노래를 전통이라고 불러서는 안 될 일이다.
화투는 어디서 유래되었을까?
포르투칼에서 생겨 일본을 거쳐 들어왔다는 설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일본수입설이다. 일본에서 고스톱과 비슷한 '고이코이'라는 놀이가 1720년 무렵 생겨서 182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는 문헌이 있다 한다. 일본 화투의 대명사인 하나후다(花札)는 현재 세계적인 컴퓨터게임 제조사 닌텐도가 연간 30만개 정도 생산하고 있다.
화투의 그림을 한번 살펴보자. 12월을 뜻하는 비에는 일본 '비의 신'이 있으며, '후지산'이 등장하고, 벚꽃(사꾸라) 등 일본을 상징하는 그림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빠찡꼬, 마작, 전자오락에 빠져 있지, 화투는 노인들만 하는 오락으로 생각하고, 한국 사람들이 화투를 좋아한다면 경멸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따라서 일본제국주의가 한국을 완전한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오락을 우리가 아무 비판없이 따랐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문화는 접촉함에 따라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므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타문화가 자연스럽게 들어온 것이 아니고, 상대방이 나쁜 뜻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유포하였다면, 또 장점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면 이는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이다.
만일 고스톱에서 돈내기를 없앤다면 누가 그렇게 재미있어 할까? 돈내기에 집착한 나머지 장시간의 고스톱으로 인한 심장마비나 허리디스크 등의 건강 이상이 오거나 좋은 인간관계를 훼손, 가정파탄, 업무태만 등의 부작용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 고스톱을 쳤을 때 혈압 19%, 맥박 33%, 흡연량 100%의 증가가 있었으며, 스트레스성 호르몬이 과다하게 늘었다는 실험결과 보고가 있기도 하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윷놀이
서로 다른 문화간의 접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영양분을 얻고, 문화를 풍요롭고 다양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교류와 선택"은 "문화 접촉"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 문화를 무조건 받아들일 것도 무조건 막을 일도 아니다. 충분히 검토한 다음 우리에게 바람직한 것은 적극 받아들이고, 문제가 있는 것은 거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또 외국의 놀이는 세련됐고, 우리의 놀이는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느 모임에서 10여 쌍의 부부들이 윷놀이를 밤새워 했는데 아무도 집에 가거나 잠자는 사람 없이 진 사람들까지도 무척이나 즐거워했으며, 아무도 피곤한 내색을 하지 않았던 기억이 내게는 있다. 충북 능산초등학교의 아이들은 전래놀이와 동요를 하면서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고스톱 같은 놀이에선 ‘쓰리고’, ‘피박’, ‘광박’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하여 상대를 전멸시키려고 안달이지만 우리의 놀이들은 비교적 전멸시키는 개념보다는 적당히 이기는 모습을 취함으로써 놀이에서도 “더불어”라는 철학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또 우리의 대표적 놀이인 ‘윷놀이’는 일부만 즐기는 것이 아닌 온 식구가 남녀노소 구분없이 한 덩어리가 되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은 점이다.
전래 민속놀이는 따분한 것이 아니다. 잘 익히고 응용하면, 그 어떤 외국놀이보다도 우리에게 더 잘 맞는 그리고 바람직하고 재미있는 놀이일 것이다. 여가를 즐기는 것도 삶을 갉아먹는 것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놀이로의 변화가 되었으면 한다.
♣ 윷놀이 상식
윷놀이는 편을 갈라서 윷으로 승부를 거는 놀이이며, 한자말로는 척사(擲柶:던질 척, 윷 사), 사희(柶 :윷 사, 놀 희)라고 한다. 그저 “윷놀이잔치”하면 될 일을 “척사대회”라고 펼침막을 거는 안 좋은 모습이 종종 보인다.
윷놀이의 기원은 부여족 시대에 다섯 가지 가축을 다섯 마을에 나눠주고, 그 가축들을 경쟁적으로 번식시킬 목적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등이 전해진다.
윷가락의 이름인 도는 돼지(돈:豚), 개는 개(견:犬), 걸은 양(양:羊), 윷은 소(우:牛), 모는 말(마:馬)에서 유래되었다. 윷의 종류에는 장작윷(장윷, 가락윷)과 밤윷(좀윷, 종지윷) 그리고 관서, 관북지방에서 노는 콩윷(팥윷)이 있다.
요즘은 사람이 윷가락을 대신하는 ‘인간윷’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윷판에 ‘임신’, ‘풍덩’ 등의 자리를 새로 만들어 더욱 배꼽을 잡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