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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로 집안을 나타내는 가문(家紋)이야기


국화, 오동나무, 아욱꽃, 매화, 소나무, 떡갈나무... 마치 식물원이나 정원의 꽃나무를 말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이런 모양으로 도안된 무늬를 가리켜 일본에서는 가문(家紋, kamon)이라한다. 일본은 우리처럼 족보가 없는 대신 집안을 나타내는 문양(紋樣)이 있는데 이는 가계(家系), 혈통, 문중, 지위를 나타내는 문장(紋章)으로 약 5천 종이 있다.
 
가문의 무늬는 식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해와 달 같은 자연물도 있고 거북이나 매와 같은 동물 모양도 있는데 가장 많은 가문은 식물이 37종, 우산, 수레, 부채모양이 27종, 까마귀, 학, 비둘기 같은 새 종류가 7종 등 다양하다.

가문의 역사는 천여 년 전인 헤이안시대 (平安時代, 794-1185)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역사상 가장 평안(平安)하고 문화가 찬란했던 시대인 이 시대의 귀족들은 가마나 입는 옷에 무늬를 그려 넣길 좋아했는데 이것이 발전 되어 가마쿠라시대(鎌倉時代, 1185-1333)로 오면 싸움으로 날을 새는 무사시대인 만큼 가문은 커다란 깃대에 펄럭이는 깃발이 되어 적과 아군을 구분 짓는 징표로 유행하게 된다.

일본을 통일한 풍신수길이 죽고 난 도쿠가와 시대에는 수백 년에 걸친 지긋지긋한 전쟁도 막을 내리고 에도시대의 (江戶時代, 1603-1868) 평화가 찾아와서인지 이때부터 현대까지의 가문은 집안의 품격을 말해주는 표시로 쓰이고 있으며 결혼식이나 장례식 때 입는 전통 옷의 소매부분이나 등 따위에 이 문양을 새겨 넣어 자기 문중을 나타내는 무늬로 자리 잡게 되었다.

가문이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퍼지자 일종의 장식으로 변모된 느낌이 든다. 염색을 하거나 금실로 수를 놓는 등 현대적 디자인 기법이 도입되어 점차 화려하고 세련되고 있으며 특히 시각적인 디자인이 중요시되어 가는 현대사회의 가문은 티셔츠나 생활용품, 건축물의 외관 장식, 묘지 비석 등 그 쓰임새가 날로 확산 되어 가는 느낌이다.

대표적인 가문으로는 황실가를 나타내는 국화문양이 있는데 일본인들의 여권 앞 장에 이 무늬가 들어 있어 종종 일본의 나라꽃(국화)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일본의 나라꽃은 벚꽃(사쿠라)이다. 아욱꽃 무늬는 도쿠가와 집안을 나타내고, 조선 침략자 풍신수길은 오동나무 무늬로 집안을 나타내었다.

한국은 평범한 가정이라 해도 족보 몇 권쯤은 있게 마련이고 이는 책장을 넘겨봐야 그 집안을 알 수 있는데 견주어 일본은 기모노 소매에 새겨진 문양 하나만으로도 그 출신을 알 수 있으니 두 나라의 문중 표현 방식이 매우 흥미롭다.


*한자는 구자체로 표기했습니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이윤옥(59yoon@hanmail.net)